국원이와 내가 양쪽에서 그물을 잡고 호식이.정삼이가 고기를 몰아들이기로 했다. 수초가 떠있는 부근이라든가, 자갈이 많이 깔린 곳이며, 지대가 높아서 물 아래쪽에 깊숙한 턱이 생긴 곳이 누가 보기에도 고기가 놀기 좋아할 만하게 생겼다. 우리는 수초 사이로 몸을 숙이고 천천히 걸었고 호식이.정삼이는 발로 물을 차거나 손으로 텀벙대면서 반대편 바깥쪽에서 소란을 떨었다. 적당한 때에 국원이와 내가 눈을 맞추고 나서 일시에 그물을 치켜들었다. 제법 손바닥만한 붕어가 한두 마리씩 퍼덕거리며 올라왔다. 우리는 물고기들을 양동이에 던져 넣었다. 물가에 후미진 턱이 생긴 곳에서는 고기 몰이를 하지 않고 국원이와 내가 조심스럽게 그물을 숙여 훑어내듯이 하면서 들어올리곤 했다. 역시 거기에 큰 고기들이 많았다. 메기도 걸리고 빠가사리도 걸리고.
- 야 국원아 붕어두 수염이 있냐?
- 바보야, 이건 잉어라구.
양동이를 들여다본 아이들은 서로 은근히 놀랐다. 거의 양동이의 반쯤이나 차도록 크고 작은 고기들로 버글거렸다.
- 이걸 어떻게 다 먹겠어. 그만 잡자.
- 그럼 작은 놈들은 놓아주자.
모래밭에 큰 돌을 모아다 부뚜막을 두 자리나 만들고 작은 냄비에는 쌀을 안쳤고 큰 냄비에 손질한 붕어.잉어.메기 등속과 양념을 넣었다. 그동안에 호식이가 잽싸게 부근 밭으로 가서 애호박과 풋고추 등속을 따왔고 어디서 옥수수까지 몇 자루 따왔다.
그림=민정기
글씨=여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