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교육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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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교사와 남학생 제자의 사랑을 다룬 MBC 드라마 '로망스'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교원단체의 지적은 '교권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고 방송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시청자들의 의견도 갈라져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라며 교원단체가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도 하고,'빨리 막을 내려야 한다'며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불륜'으로 규정하며 현실에서 답습될 것을 우려하고, 다른 쪽에서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사랑일 뿐'이라며 오히려 현실에 눈감지 말라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사회가 남교사와 여학생 제자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여교사와 남학생 제자의 사랑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꼬집기도 한다.

'로망스'처럼 나이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나이와 신분의 차가 '불륜'의 잣대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들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해로운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사랑'이라는 주제에만 매달려 방송미디어가 지니는 사회교육적 기능을 등한시하지 않기를 주문한다. 이 드라마가 제한된 공중(公衆)의 접근만을 허용하는 영화나 케이블 TV가 아니라,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공중파 미디어로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하고 있는 교사를 경찰이 끌어낸다든지, 양호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키스하는 등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남발하는 것은 비교육적일 뿐 아니라 드라마의 현실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작진은 교원단체들의 불만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 그 중에서도 방송이 현대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중하다. 힘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채널 선택권은 시청자의 몫'이라는 말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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