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9 보
단수 당한 석 점은 당장 움직이기 힘들다. 이 9단은 일단 모른 체하기로 했다. 하변을 105, 107로 막아 버렸다. 노련한 판단이다. 우하의 45집이 그대로 확정됐다. 어쩌면 석 점을 내준 그 이상의 가치일지 모른다.
하나 훗날 살펴보니 중요한 수순 하나를 빼먹었다. ‘참고도’ 흑1에 두어(이 수가 오면 백도 4, 6 정도로 잡아야 한다) 상변을 개운하게 정리한 뒤 7로 막아야 했다. 이 그림은 명백하게 흑이 우세하다(이렇게 결정짓는 힘, 그게 바로 축구의 골 결정력 같은 바둑의 결정력이다). 아쉽게도 전성기에 비해 계산이 약해진 이 9단은 석 점의 숨을 남겨 둔 채 107로 막았고 순간 추쥔의 손끝에서 112의 날카로운 강습이 터져 나왔다.
참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