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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골 결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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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 3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9 보

제9보(99~112)=흑▲들의 군식구들이 바짓가랑이를 잡는 바람에 이창호 9단은 A의 수비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99, 101로 이쪽을 보호한 것이다. 사소하지만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개미 구멍에 댐이 무너진다는 것은 승부 세계의 진리다. 추쥔 8단은 기세 좋게 102로 끊었고 바둑은 다시 불확실한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단수 당한 흑 석 점은 움직이기 힘들고 그로 인해 바둑판 위의 세상이 뭔가 어수선해진 것이다.

단수 당한 석 점은 당장 움직이기 힘들다. 이 9단은 일단 모른 체하기로 했다. 하변을 105, 107로 막아 버렸다. 노련한 판단이다. 우하의 45집이 그대로 확정됐다. 어쩌면 석 점을 내준 그 이상의 가치일지 모른다.

하나 훗날 살펴보니 중요한 수순 하나를 빼먹었다. ‘참고도’ 흑1에 두어(이 수가 오면 백도 4, 6 정도로 잡아야 한다) 상변을 개운하게 정리한 뒤 7로 막아야 했다. 이 그림은 명백하게 흑이 우세하다(이렇게 결정짓는 힘, 그게 바로 축구의 골 결정력 같은 바둑의 결정력이다). 아쉽게도 전성기에 비해 계산이 약해진 이 9단은 석 점의 숨을 남겨 둔 채 107로 막았고 순간 추쥔의 손끝에서 112의 날카로운 강습이 터져 나왔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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