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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때 은혜 갚자"고베 봉사 물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지난 5일 러시아-튀니지 경기에 앞서 열린 환영행사에서는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나가타(長田)지역의 상점주인 1백20여명이 아마추어 밴드를 구성, 전세계에 감사하는 노래를 연주했다. 이 연주회에는 지역 고교생 밴드와 전통음악 동호회 등이 동참했다.

특히 스타디움의 대형 화면에는 다시 일어선 고베시 전경이 지진 직후의 처참했던 때와 대비해 나오자 관중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실제로 이날 경기가 벌어진 윙스타디움 위치는 지진 직후 고베시의 이재민을 위한 가설주택이 세워졌던 곳이다.

지진참사 이듬해인 96년 고베가 월드컵 개최도시 중 하나로 선정된 것도 절망의 도시에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자원봉사자도 더 많고 열기도 뜨겁다.이곳의 자원봉사자는 약 1천2백명에 달하는데, 특히 노인들이 더 적극적이다.

효고(兵庫)역에서 교통안내를 하는 도다 세쓰코(65·여)는 "지진 때 장남이 건물 더미에 묻혔다가 구호인력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났다"며 "그때의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갚고싶어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길안내를 하는 가시와기 다다오(72)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영어는 물론 축구공부도 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부담없이 말을 걸어주세요'란 영어글씨 표지판을 손에 들고 다닌다.

외국팀 서포터 복장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튀니지의 민속의상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안도 가오리(30·주부)는 "튀니지 사람들과 교류는 전혀 없었지만 손님접대 차원에서 의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타디움 인근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구로사키 노보루(49)는 "다른 지역 상점들은 훌리건의 난동을 걱정해 문을 닫기도 하지만 고베시민은 모든 사람을 귀한 손님으로 대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베시는 월드컵을 계기로 훌륭하게 부활했고,뜨거운 자원봉사 열기로 전세계에 감사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첫 경기가 열린 5일은 기온이 32.6도까지 올랐으나 고베 시민들의 뜨거운 보은 열기를 넘진 못했다.

고베=정현목 기자

월드컵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고베(神戶)시는 요즘 보은(報恩)의 물결로 넘쳐 나고 있다. 1995년 사상 최악의 지진 참사 때 전세계로부터 받은 은혜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로 갚자는 시민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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