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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서울 : "40代가 누구 손 들지"예측불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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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도 서울의 유권자는 7백24만명이다. 전체 유권자의 22%를 차지한다. 말 그대로 최대 승부처다. 선거는 한나라당 이회창(會昌)후보 대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장을 당선시키는 쪽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본 양당이 대선 후보를 앞세워 총력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말들은 험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서울 유권자들은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어느쪽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판세로는 한나라당 이명박(明博·59)·민주당 김민석(金民錫·39)후보의 대결로 굳어진 분위기다. 선거 결과는 두 후보의 청-장년간 '세대 대결'의 중간지점에 서있는 40대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여기에 녹색평화당 임삼진(三鎭), 민주노동당 이문옥(文玉), 사회당 원용수(元容秀), 무소속 이경희(京喜)후보가 도전장을 냈지만 바람은 미미하다.

◇40대가 당락 가른다=6일 낮 남대문시장. 김민석후보가 후보와 함께 시장통을 누비며 유세를 펼쳤다. 가족과 함께 시장에 왔다가 연설을 듣게 됐다는 임강훈(44·회사원)씨는 "누굴 찍을지 결정을 못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金후보가 깨끗한 이미지는 있지만 어린 게 흠"이라고 했다. 후보에 대해선 "옛날에 경영능력과 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지금 시대를 이끌기엔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공무원인 金모(45)씨는 "동료직원들 사이에서도 패기있는 젊은 시장이 나와 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39세면 겨우 과장급인데 어떻게 서울시정을 맡길 수 있느냐는 얘기도 많다"고 전했다.

후보측 정당 연설회가 열린 여의도. '경제시장 이명박'이란 커다란 문구가 적힌 유세차량 위에서 후보의 연설이 한창이다. 40대 초반의 은행원 두사람이 말을 주고 받았다. A가 "저런 사람이 일을 잘할 거야"라고 하자 B는 "구린 데가 있지 않을까"라고 되받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40대는 ·金후보 사이를 오가며 급격한 지지율 등락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론 보수적 정서가 깔려 있으면서도 10·26, 5·18같은 정치적 격변 속에 학창시절을 보내 변화를 바라는 진보적인 생각도 함께 갖고 있는 세대"라고 특징을 분석했다. 변화를 바라지만 젊은 金후보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능력과 안정성을 평가하지만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40대 유권자는 1백55만명. 서울 유권자의 21%다. 각 후보들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극심한 연령대별 양극화=거리에서 만난 유권자의 반응은 연령대별로 확 갈렸다. 20~30대에선 金후보 지지가, 50대 이상 장년층에선 후보 선호현상이 뚜렷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만난 주부 김영순(34)씨는 "참신한 이미지의 金후보를 찍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강동훈(36)씨는 "후보는 21세기 시대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창동에 사는 손장호(34·회사원)씨도 "나는 경상도 사람이지만 당 보고 찍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공직생활에서 퇴직한 한명호(57)씨는 "무조건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주겠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또 찍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강남에 사는 주부 安모씨(55)도 "金후보가 국회의원 말고 이 사회를 위해 한 게 뭐있느냐"고 지적했다.

20~30대는 서울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 3백78만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투표율은 낮다. 1995년과 98년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20, 30대의 투표율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번에도 50대 이상은 80% 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반면 젊은층은 40%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에게서는 "꼭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는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후보들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월드컵 열기를 이용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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