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브라질·伊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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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네갈의 '서울 기적'으로 시작된 한·일 월드컵이 5일 미국이 포르투갈을 꺾는 또 한번의 대이변과 함께 32개팀이 모두 한 경기씩을 마쳤다.

본선 무대의 뚜껑이 열리면서 극도의 보안 유지로 베일에 가렸던 각 팀의 전력이 드러났고,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16강 윤곽도 어느 정도 그려지고 있다. 또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들과 기존의 축구 황제들이 벌이는 '골든 슈'(득점왕에게 주어지는 황금신발) 경쟁도 월드컵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6강 진출 전망도

대이변을 연출한 A조와 죽음의 F조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A조는 당초 3승으로 16강 진출이 예상되던 프랑스가 1패를 안음에 따라 네팀이 혼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나봐야 16강 진출국을 점칠 수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전력으로는 우루과이를 꺾은 덴마크와 프랑스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비교적 커보인다.

F조는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를 이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네팀의 전력에 큰 차이가 없어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7일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삿포로 대혈투'가 끝나봐야 대강의 구도를 점칠 수 있을 것 같다.

D조는 대다수의 세계 축구 전문가들이 포르투갈과 폴란드가 각각 조 1,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두 팀이 모두 패함에 따라 '이변의 조' 탄생을 예고했다. 한국과 포르투갈·미국이 16강 진출을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

C조는 첫 경기에서 브라질과 터키가 코스타리카·중국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였고 E조는 독일과 아일랜드가 앞서 있다.

G조는 에콰도르를 2-0으로 완파한 이탈리아가 16강 진출 티켓을 일찌감치 예약해 놓았다. 멕시코는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크로아티아에 1-0으로 승리, 2라운드 진출이 유력해졌다.

H조는 5일 튀니지를 2-0으로 꺾은 러시아와 개최국 일본, 벨기에의 기량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세 팀의 치열한 다툼이 진행될 전망이다.

◇우승후보들의 성적표

개막하기 전에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울고 웃었다. 프랑스는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세네갈에 0-1로 덜미를 잡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의 부상까지 겹쳐 앞으로 남은 우루과이·덴마크 전도 고전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예상했던 대로 공·수에서 안정된 전력으로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에 승리했다.'죽음의 조'에 속한 남은 두 경기가 모두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등 간판 선수들이 제 몫을 충실히 해주고 있어 여전히 우승 0순위다.

축구황제 펠레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한 포르투갈은 D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미국에 일격을 당했다. 후이 코스타와 루이스 피구 등 기둥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플레이로 체면을 구겼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터키에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했다. 후반 두골을 뽑으며 역전승했지만 짜임새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해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거의 모든 선수가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고 있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브라질은 과거 대회에서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좋아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데니우손 등 공격진이 건재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탈리아 역시 첫 게임을 2-0 완승으로 이끌며 우승후보임을 입증했다. 파올로 말디니와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이끄는 전통의 막강 '빗장수비'에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프란체스코 토티·알레산드로 델피에로 등이 역대 최강의 공격진용을 갖춰 공·수에서 가장 안정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잉글랜드 역시 스웨덴과 1-1로 비기기는 했지만 데이비드 베컴의 복귀로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으며 첫 우승을 노리는 스페인도 라울의 수훈에 힘입어 슬로베니아를 3-1로 잡으며 힘차게 우승 시동을 걸었다.

또 8강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던 '전차군단' 독일도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대파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득점왕 경쟁 돌입

독일의 신성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헤딩으로만 해트트릭을 성공하며 단숨에 득점부문 선두에 나섰다.

덴마크의 욘 달 토마손도 우루과이전에서 정석적인 플레이로 두골을 뽑아 득점왕 경쟁에 합류했고, 이탈리아의 '파워 포워드' 비에리도 두골을 기록했다.

호나우두와 바티스투타·라울도 이름값에 어울리게 첫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골든슈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이들은 팀이 모두 우승후보들로 경기를 많이 치른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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