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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家電서 IT로' 변신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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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 도쿄(東京)의 부자 동네인 시나가와구의 기타시나가와 중심부에 위치한 소니빌리지. 죽 늘어선 하얀 색깔의 10~20층짜리 건물 중 하나인 소니 마케팅본부 14층에는 소니의 과거와 현재가 집대성된 '미디어 월드'가 있다.

지난달 말 미디어 월드를 찾은 기자가 처음 안내된 곳은 뜻밖에도 디지털TV·캠코더 등 소니를 대표하는 제품과는 상관없는 '브로드 밴드(Broad band:광대역 초고속통신망)'전시실. 소니측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인터넷 동영상 회의, 인터넷 방송 등을 잇따라 시연해 보이며 앞으로 펼쳐질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다.

"소니의 향후 5년이 이 안에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소니는 단순 가전메이커가 아닌 AV(오디오비디오)와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종합 IT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뜻입니다."

미디어 월드의 사카구치 마사노부(坂口正信)부장은 "소니는 브로드 밴드 시대의 최강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인 소니가 달라지고 있다. 1946년 전기밥솥 제조업체로 시작해 50여년간의 가전시대를 리드했던 소니가 21세기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뉴 리더가 되기 위한 변신에 시동을 걸었다.

◇왜 변신인가=지난 4월 소니는 지난해 매출이 2000년보다 3.6% 증가한 7조5천7백80억엔(75조7천8백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전이 중심인 전자부문은 전년보다 3% 감소한 5조3천1백억엔(53조1천억원)의 매출과 82억엔(8백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2000년에 5백10억엔의 적자를 냈던 비디오게임은 8백29억엔의 흑자로 돌아섰고, 영화·음반 등의 사업도 호조를 보였다.

소니 그룹 홍보담당 오키 미쓰루 상무는 "부가가치가 높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실적이 좋아진 덕에 전체적으로 1백53억엔의 흑자를 냈다"고 말했다. 소니의 사업 내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 가정의 초고속망 보급률은 6.3%. 한국(55.2%)·미국(13.1%) 등에 비해 크게 낮다.

하지만 일본은 2005년까지 전 가구의 50%를 광통신으로 연결한다는 초고속망 보급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소니는 이 시점에서 종합 IT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사업 모델을 구축 중이다.

◇어떻게 변하나=지난달 14일 안도 구니타케 사장은 올해 소니의 경영방침은 ▶IT와 네트워크(인터넷)결합을 위한 표준 확립▶콘텐츠와 서비스 통합을 통한 비즈니스모델 구축 등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단골처럼 올랐던 전자부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전자 쪽에서는 JVC·파나소닉·샤프 등 일본의 경쟁업체는 물론 필립스·삼성·LG 등 해외 경쟁업체들의 도전 때문에 소니의 아성이 흔들린 지 오래다.

때문에 소니는 이미 사업영역을 ▶AVIT(오디오비디오+IT기술)▶엔터테인먼트(영화·음악 등)▶게임▶금융▶인터넷 등 5대 사업군으로 재편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는 머라이어 케리·셀린 디옹 등의 음반을 내 히트했고, 소니컬럼비아영화사는 스파이더맨·아메리칸스위트하트 등의 영화를 제작·배급해 큰 성과를 올렸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는 1천8백만대나 팔리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디지털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TV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인 소넷 등을 앞세워 콘텐츠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소니코리아 이명우 사장은 "이런 방향에 맞춰 소니코리아도 한국에서 가전제품을 몇 대 더 파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한국의 앞선 인터넷 인프라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일본 나고야에서 1시간여 떨어진 아이치현 고다(幸田)에 있는 소니고다테크. 캠코더·노트북PC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지난해 4월 소니가 일본 내 11개·해외 34개 등 총 45개 공장(테크)을 통합, 설립한 소니EMCS 소속이다.

각 테크에서는 디지털가전·PC·플레이스테이션2 등을 생산, 본사에 납품한다. 본사는 품질이 떨어지는 테크에는 주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각 테크는 '죽지 않기 위해' 구조조정을 게을리할 수 없다.

도미오카 마사오(富岡政雄)고다테크 대표는 "고다테크는 셀 방식 생산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1인당 매출을 95년 6천8백만엔에서 지난해 1억엔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소니는 이처럼 인터넷 시대에 맞게 조직을 만들고 없애는 과정을 통해 올해 말까지는 전체 종업원의 10%에 해당하는 1만7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오키 미쓰루 상무는 "다른 일본 기업들이 종신고용에 얽매여 있는 것과 달리 소니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1세기 최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고다=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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