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일의 마켓 워치] 위기를 호재로 … 부자들 하반기 전망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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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올해도 6개월이 훌쩍 흘렀다. 지난주 중반 이후 미국·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다시 한번 출렁거리며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의 증시 조정은 글로벌 주요국이 안고 있던 잠재적인 악재가 불거진 탓으로 해석된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기 위축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의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1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하향 조정(3.0%→2.7%)되면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경기선행지수 통계치가 부각됐다. 지난 6월 중순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보다 1.7% 상승했다고 발표됐다가 계산상의 오류로 0.3% 상승으로 조정되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요국에 비해 낙폭이 크진 않았지만 국내 증시도 앞서 언급한 글로벌 불확실성과 금통위의 출구전략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결국 지난 6월 16일 이후 재차 1700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필자가 만난 VIP 고객들은 시장의 흐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의 악재로 인해 다수의 투자자가 위기라고 생각할 때 그들은 뒤에 숨어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친분이 있는 VIP 고객들과 저녁모임을 했다. 그 자리에서 들었던 하반기 경기에 대한 부자들의 생각을 간단히 소개한다. 그들이 가진 긍정적인 논리의 배경 역시 역설적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의 소비 회복이었다. 지금은 2008년 가을 금융위기 이후 눌려 있던 미국의 민간 수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올해 말까지는 미국의 소비가 회복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중국의 성장 지속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등의 긴축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수출 실적이 좋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확대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걱정스럽게 지켜봤던 남유럽 사태도 일각에서 우려하듯 글로벌 경제를 더블딥에 빠뜨릴 정도로 확산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았다.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글로벌 경제를 보는 시각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하반기에 소비와 투자가 어우러진 민간경제의 자생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보다 내년의 투자 여건이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증시의 출발이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대다수의 사람이 악재에 몸을 움츠릴 때 VIP 고객들은 오히려 그 위기를 호재 삼아 시장을 앞서 나갔다. 대다수의 투자자는 시장이 정상화됐을 때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한다. 결국 이런 시장을 간파하는 통찰력이 부자로 크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기대를 갖고 하반기를 맞이하자.

권준일 하나은행 PB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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