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말' 왜 계속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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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는 왜 연일 거친 언어를 사용하고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이런 현상을 후보의 지방선거 전략과 연계해 분석하고 있다. 우발적인 게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얘기다.

험한 말로써 대치정국을 조성해 월드컵 열풍에 빠져든 20~30대와 민주당 지지자들의 시선을 다시 선거로 끌어오려는 '계산된 지방선거 전략'이라는 것이다.

'깽판''양아치' 등의 단어 때문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후보는 1일 경남 김해의 경남지사 지원유세에서도 한나라당과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후보는 "마피아나 조폭(조직폭력배) 같은 조직에서는 대장은 손에 피를 안묻히고 아이들 시켜 누구 뒤통수 치고 찌르고 이러는데, 한나라당도 대장들은 안나서고 아이들 시켜 자꾸 저를 시비한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을 마피아나 조폭에, 후보를 마피아 두목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또 후보를 향해 "경고하는데, 아이들 단속 잘 하십시오. 아랫사람 단속 못하면 내 입에서 험한 소리 나갑니다. 열한살 아래 사람에게 험한 소리 들으면 봉변이죠"라고 말했다. 나이까지 거론하며 막말 일보 전까지 나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대결구도를 'DJ(김대중 대통령) 대 이회창'이 아니라 '노무현 대 이회창'으로 끌어간다는 후보의 구상은 지난달 31일부터 구체화했다.

그는 1일에도 부산 연설에서 "나는 金대통령 양자라서 호남지지라도 받아왔는데, 그럼 한나라당 부산·경남 의원들은 후보 양자라서 뭘 받아왔나요" "우, 쪽팔려 하고 싶은데 신문에 날까봐 겁나서 안합니다"라면서 대놓고 야유했다. 그는 "후보는 아주 비겁하다. 본인이 나서서 노무현이 양자라고 하면 될 걸 왜 아랫사람 시키느냐. 이 사람들이 똘마니는 아니겠죠"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후보가 '쪽팔려''똘마니' 등의 다소 저속한 단어를 또 사용했다면 그건 언론의 논쟁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당 내에서도 '너무 천박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후보도 알고 있기 때문에 또 그런 단어들을 사용했다면 당연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후보를 도왔던 이재정(在禎)의원은 "지방선거든 대선이든 金대통령과 후보가 아닌, 후보와 후보의 대결이 돼야 한다"면서 "후보를 강력히 공격하는 이유에는 싸움 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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