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에 흔들리는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고 정부 방침이 뒤집히는 게 조짐이 좋지 않다. 선심 정책으로 표를 얻겠다는 것 자체가 어설프기도 하지만 정책 추진에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를 깎아내린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신용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내는 출자금을 예금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슬그머니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 출자금은 예금과 달라 주주지분과 같은 개념으로서 예금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하며 금융감독위원회가 나서서 법개정을 약속한 사항이다. 바로 그 말을 선거를 앞두고 뒤집은 것이다.

정책입안자 입장에선 국회에 수정법안을 내놓아도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 가능성이 작아 아예 불씨를 덮어두려 했는지 모른다. 실제 국회는 외환위기 직후 정부 반대에도 신협 출자금을 예금보호대상에 넣어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강행한 전력이 있다. 그렇더라도 갈등 소지가 두려워 문제 제기부터 회피하는 것은 경제정책을 옳게 추진하는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선거를 의식해 정부가 앞장섰다는 비판을 자초하기 쉽다.

자동차특별소비세 인하조치의 2개월 연장도 선거 변수를 제외한다면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재정경제부는 미국과의 통상관계와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점을 내세우나 설득력이 약하다. 승용차 주문이 18만대나 밀려 인하 조치를 중단할 경우 주문자들의 처리가 더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달에도 서민대책을 상당 부문이 설익은 채로 한 보따리 쏟아놓은 바 있다.

선거가 경제와 전적으로 무관히 지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책 자체의 방향을 바꾸거나 본질까지 훼손한다면 곤란하다. 애써 쌓아올린 것을 하루아침에 날릴 수 있는 게 정치판의 공약이자 선심이다. 요즈음같이 선거가 오로지 당선에 목을 매는 과열 분위기에선 더욱 그렇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