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세대 지도자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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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낮고 굵은 목소리, 왼 가르마를 탄 미남형 골상, 깔끔한 매너…. 지난 4월 말 미국 언론은 워싱턴을 방문한 한 중국 정치인에 대해 이례적일 만큼 열광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신비로운 후(Mysterious Hu)가 미국에 왔다"며 연일 그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인 중국의 차기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59) 국가부주석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그러면 올 가을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에서 주석직에 오르는 일만 남은 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현재 일본 현대중국연구센터 대표로 있는 양중메이의 『New China Leader, 후진타오』(원제 胡錦濤-中共跨世紀接班人)는 후진타오의 전기다. 저자는 인터뷰 및 자료조사를 통해 그의 성장과정과 인맥, 정치적 성향 등을 살피고 있다.

또 문화혁명 등 그가 뚫고나온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해설은 중국 현대사의 흐름까지 곁들여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후진타오를 비롯, 중국 제4세대 지도자군(群)에 대한 분석은 유용한 정보다.

1999년에 중국 현지에서 출간된 책이라 따끈따끈함은 좀 부족하지만, 역자와 감역자가 후진타오의 방미 사실까지 보완한 해설을 붙여 중국 정치의 앞날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준다.

후진타오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차세대형 테크노크라트 자질을 갖춘 준비된 정치인"으로 요약된다. 42년 12월 상하이에서 차()상인의 맏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선원이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건설 이후 고조된 혁명 분위기와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등 러시아 서적에 영향을 받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중국 최고의 이공대학인 칭화(淸華)대 입학은 그의 삶에 큰 전기가 됐다. 대학 2학년 때 공산당에 입당하며 정치적 발판을 마련했다.

졸업 후 잠시 후배들의 정치교육을 맡았던 그는 문혁의 소용돌이를 피해 간쑤(甘肅)성 등 내륙 오지를 14년간 누비며 경력을 쌓는다. 티베트 자치구 당서기 시절엔 라사 반란 사건 당시 계엄령 선포도 불사하며 당근과 채찍을 구사, 당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84년 공청단 제 1서기로 중앙정치무대에 데뷔한 이래 92년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된 그는 98년 제9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 및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직을 차지했다.

그가 일찌감치 덩샤오핑에 의해 차세대 지도자로서 낙점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투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최근까지도 몸을 낮춰온 처세술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외국방문·인터뷰 등 대외활동에 나선 것은 불과 2~3년. 이 책은 胡의 앞길에 아직도 남아있는 여러가지 정치적 변수들까지 분석해 보인다.

물론 이 책이 胡의 모든 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등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국내 연구에 좋은 기본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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