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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흔들리는 일본, 50년간 1000만 명 이민 받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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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22면

일본의 국기(國技)이자 인기스포츠인 스모판을 주름잡고 있는 건 외국인 역사(力士)들이다. 1998년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후 최상위 선수들의 리그인 ‘마쿠노우치’는 28%가 외국인이다. 2006년 봄 경기 이후 치러진 25개 스모 대회 모두 외국인이 석권했다.
일본 기업들의 외국인 채용도 급증하고 있다. 2008년도부터 외국인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 로손은 첫해 115명 중 10명, 이듬해엔 122명 중 39명을 외국인으로 채용했다. 올해는 88명 중 17명이 외국인이었고, 내년엔 60명의 대졸 신입사원 중 20명을 외국인으로 채울 예정이다. 로손의 홍보 담당자인 기무라 가즈오(木村和雄)는 '중국과 한국·베트남 등 아시아인들이 많다'며 '일본인 신입사원들에게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열정과 에너지를 발견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민 세일즈' 나선 일본과 홍콩

일본 정부는 앞으로 50년 안에 일본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을 해외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 거주 외국인은 90년대부터 급증했다. 이때부터 일본 기업들이 외국인 인력 활용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60∼7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친 일본은 80년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극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90년 ‘외국인 연수제도’와 93년 ‘기능실습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이 제도들은 한국에서 시행된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의 모델이 됐다.

이처럼 이민정책을 강화하는 배경엔 인구 감소 위기가 있다. 현재 일본 인구는 1억2705만 명(2006년 기준)이다. 2046년 1억 명 이하로 줄고, 50년 뒤엔 8993만 명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생산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노동인구 감소는 더 심각하다. 일 정부는 현재 6600만 명인 노동인구가 2030년엔 5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08년 말 현재 221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이 증가하자 정치권에선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일 정부는 지금까지의 단순 외국인 근로자 유치 차원에서 벗어나 전문직 등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 정부는 지난해 ‘우수인재 수용 추진위원회’를 설립, 교육수준이 높고 훌륭한 기술이 있는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학력과 일본어 능력, 기술 수준 등을 점수로 평가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일본 내 취업과 영주권 심사 때 우대한다는 것이다.

홍콩 섬 센트럴 지구의 페리 선착장에서 배로 30여 분 걸리는 디스커버리 베이의 선착장은 유럽의 어느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 노천 카페가 즐비하고 광장에는 노란 머리의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전체 주민 2만5000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3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인으로 대부분 홍콩 영주권이 있다고 한다. 국제도시인 홍콩에선 어디서든 서양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이곳은 특히 밀도가 높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스위스계 은행에 근무하는 케빈 밀러(39)는 “공기 좋고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이곳의 매력에 빠져 3년 전 투자 이민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홍콩은 2006년부터 우수 두뇌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정책(Quality Migrant Admission SchemeㆍQMAS)을 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온 금융ㆍ회계ㆍ정보통신ㆍ물류 전문가 3868명이 이 정책에 따라 홍콩에 정착했다.이에 앞서 2003년부터 홍콩은 650만 홍콩달러(약 10억원)를 투자하면 홍콩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약 1만1000여 명이 홍콩 영주권자가 됐다. 이 중 8500명(77%)이 중국인이다. 중국인중 제3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이 돈만 내면 홍콩 영주권을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적을 산 중국인들이 매년 2000~3000명씩 홍콩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밀려드는 이유는 ▶저렴한 소득세(15%) ▶출입국 편리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이민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국 대륙에선 최대 45%까지 소득세를 매기는 경우도 있다고 홍콩경제일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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