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청자 눈 잡아라"- TV 3社 월드컵 중계 최첨단 그래픽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월드컵 경기 중계에 동시에 뛰어든 KBS·MBC·SBS 3사의 첨단 그래픽 전쟁이 뜨겁다. 전세계 방송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독점 중계권을 부여받은 HBS(Host Broadcast Service)로부터 모두 똑같은 화면을 제공받아 재송출한다.

따라서 각 방송사는 캐스터와 그래픽 등 화면 이외의 요소에 승부를 걸고 있다. 유명 해설자와 아나운서를 내세우고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그래픽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본격적인 '기록 축구'를 선보인다=야구는 타율·도루 성공률·투수 볼배합 등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록 경기다. 반면 축구는 기껏해야 양팀간 골·프리킥·반칙 수를 헤아리는 등 팀 기록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축구 중계에서는 방송국이 팀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과학 축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의 공격 방향과 움직임, 전후반 공격 주도율 등을 수치화해 보기 쉬운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MBC는 유럽 최고의 프리미어 리그에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영국의 OPTA사와 제휴, 실시간으로 경기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라이브 경기분석 시스템'을 들여왔다. 영국에서 파견된 전문 기록요원들이 현장에서 경기를 보며 초 단위로 기록을 해 인터넷으로 주조정실에 전달하면 거기서 이를 그래픽으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SBS도 국내 벤처사와 SDB(Soccer Data Bank)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실시간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MBC와 비슷하지만 기록요원들이 TV 화면을 보고 데이터를 입력해 허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결점이 있다.

KBS는 MBC·SBS보다는 약간 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다. 첨단 정보분석 시스템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K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미있는 숫자를 어떻게 가공하느냐가 관건이지 데이터만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며 "오랜 동안의 스포츠 중계 노하우를 통해 데이터를 시청자 구미에 맞게 가공하는 데서 앞서겠다"고 말했다.

◇보는 눈을 최대한 즐겁게 하라=이번 월드컵 경기 중계는 '같은 원단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각 방송사는 경기 화면 못지않게 깔끔하면서도 정확한 시각 자료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유럽에서는 축구 중계방송에 그래픽을 잘 활용하지 않는 편이다.

MBC는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선보인 '사커 스크린'이 호평을 받았다. MBC가 자체 개발한 사커 스크린은 컴퓨터 장비를 이용, 해설자가 화면에 그려진 선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경기 전 선수들의 포메이션을 설명하거나 하프 타임에 전반전 경기를 해설하는 데 쓰인다. 또 평면적인 화면 대신 3D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3D 리플레이'로 주요 골인 순간 등을 시각화한다.

한편 KBS와 SBS는 '버추얼 이미지'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광고로 활용되고 있는 버추얼 이미지는 프리킥을 할 때 9.15m 떨어진 거리에 동그랗게 선을 그리는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