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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첼리 CF 노래 값은 반년에 4500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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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자동차 접촉 사고를 낸 송승헌. 그가 “‘쾅’하는 순간 한 사람만이 생각났다”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그 대상이 자신인 줄 알았던 매니저가 감동하며 송승헌을 포옹한다. 그 순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Mai Piu Cosi Lontano)’의 선율이 흐른다. 하지만 정작 송승헌이 애타게 찾은 것은 보험처리를 해줄 ‘하이카맨’. 현대해상 ‘하이카’ 광고의 매니저 편이다.

보첼리의 이 노래는 광고 배경음악으로는 국내서 처음 사용됐다. 6개월간 광고에 쓰는 데 든 저작권료는 3만6000달러(약 4500만원). 보첼리가 자신의 노래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설득 작업에만 몇 달이 걸렸다.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 서희곤 국장은 “자체 제작한 음악을 쓰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보첼리의 이 노래가 ‘만남’이란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그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광고를 만드는 데 멋진 배경음악은 필수적이다. 지난 한 해는 자체 제작한 후크송(특정 음과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이 유행이었다. ‘롤리팝’(LG전자 싸이언)이나 ‘아몰레드송’(삼성전자 애니콜 햅틱), ‘초콜릿 러브’(LG전자 뉴초콜릿폰) 등이 대표적인 경우. 따라 부르기 쉬우면서도 반복되는 구절에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미 널리 알려진 노래나 클래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광고에 쓰이는 유명한 노래의 몸값은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2005년 삼성생명의 기업 PR 광고에 등장한 비틀스의 ‘아이 윌(I will)’은 4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기아자동차의 월드컵 기업 PR ‘이청용’ 편에 흐르는 익숙한 선율인 그룹 퀸의 ‘위 아더 챔피언’은 2개월 사용에 5000만원을 지불했다.

반면 캐논 익서스 카메라 ‘진짜에겐 진짜를’ 광고 시리즈에 선곡된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 ‘라 캄파넬라’는 500만원에 해결한 경우다. 이미 저작권이 소멸된 곡이기 때문에 음반사에 ‘마스터링’(용도에 맞게 음악을 녹음하는 작업) 비용 정도만 내면 됐다.

광고 제작자들에 따르면 비틀스, 마이클 잭슨, 스팅, 마돈나 등 일부 스타의 노래는 광고에 사용하는 것이 무척이나 까다롭다. 저작권 소유주 측에서 이들 음악이 광고에 쓰이는 것을 꺼리는 데다 가격도 비싸게 부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광고에 사용되고 나서 뒤늦게 뜨는 음악도 많다. 현대자동차 ‘투싼 ix’의 광고는 내용이 몇 번 바뀌었지만 음악은 모두 미국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에이미를 찾는다면(If U Seek Amy)’을 쓰고 있다. 가사 속의 ‘하하히히’ 웃음소리가 영상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선 그렇게 유명하지 않던 이 노래는 이 광고로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의 저작권료는 3500만원 정도다. 가수 ‘자전거탄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난’과 ‘괜찮아 잘 될 거야~’로 시작하는 이한철의 노래 ‘슈퍼스타’도 각각 올림푸스의 카메라 광고와 한국코카콜라의 ‘산뜻한하루녹차’ 광고에 사용되면서 뒤늦게 유명해졌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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