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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이세돌, 趙5단의 부드러움에 꺾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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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총 보 (1~170)=부드러움은 능히 강함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철리를 이 한판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세돌3단은 초반에 단 한차례 방향착오를 범했을 뿐인데 그 이후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둑을 지고 말았다.

조한승5단의 응접이 한없이 부드러워 李3단의 강철 같은 힘이 도무지 먹히지 않았다.

초반은 흑의 세력과 백의 실리로 갈렸다. 그러나 46으로 호구했을 때 흑의 중대한 방향착오가 등장했다. 승부를 가른 46부터 58까지의 13수를 '참고도'를 통해 다시 보자.

'참고도'를 보면 흑은 상변 들과 하변 들이 매우 두텁다. 백에 많은 실리를 제공하고 얻은 세력이다.

흑의 주력이 이곳에 조용히 비축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백1(실전46)로 느리지만 두텁게 둔 것은 흑 세력이 두려워 조화를 꾀한 수. 이때 李3단은 흑2, 4로 젖히고 6으로 이었는데 이것이 커다란 방향착오였다.

이 수순은 백돌을 흑세력 쪽으로 뻗어가게 해 중앙 세력을 손상시켰다. 더욱 결정적인 점은 '후수'라는 사실.7~13의 삭감이 절호였다. 이후 李3단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부드럽게 예봉을 피하는 趙5단의 발걸음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170수 끝, 백 불계승.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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