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 1번지' 자존심 명동에 음악당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명동은 예술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문화계에서 옛 명동 국립극장(현 대한종금)을 되살리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명동의 '문화 복원'운동에 불씨를 지피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성당(주임신부 백남용·이하 명동성당)의 문화관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총공사비 50억원을 들인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실내악 전문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것.

준공한 지 62년이나 되는 문화관과 성물판매소가 들어선 옆 건물을 합치면서 구 문화관 2층을 '꼬스트홀'로 리모델링했다. 명동성당을 설계, 건축한 프랑스 외방전교회 선교사 코스트 신부(1842~96)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실내악 전문홀로 리모델링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객석수는 5백석. 강북의 실내악 공연장 중에서 호암아트홀(6백40석)보다 작지만 금호아트홀(3백15석)보다는 크다. 40명 내외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가능하다. 홀은 직사각형 구조로 길이는 25.6m, 폭은 16.9m다. 높이 8m의 천장은 약간 둥글게 처리한 삼각지붕 모양으로 음향반사판 역할을 해낸다.

건물 오른편의 2층 소성당(1백22석)이나 3층 다목적홀(1백석)도 소규모 실내악 공연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다목적홀 '명례방'은 1백50㎡ 규모의 정사각형 구조의 가변형 무대로 가톨릭합창단의 연습실로 설계된 것. 실내악은 물론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명동성당 본당에서 음악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9년부터 상설 무료공연 '월요 한낮 음악회'로 인근 직장인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아왔고 최근엔 이탈리아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 김대진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회 등도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2~4월 사순절 기간에는 매일 저녁 음악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성당이라는 특수성에다 잔향(殘響)시간이 2.3초로 긴 편이어서 종교음악이나 바로크 음악의 연주에 적합한 데다 자선음악회 형식으로만 대관을 허용해왔다.

본당(1천2백석)에다 꼬스트홀·소성당·명례방까지 보태면 명동성당은 4개의 크고 작은 홀을 갖춘 아트센터인 셈이다. 따라서 문화계의 소망대로 명동 국립극장의 복원이 앞당겨진다면 명동성당은 문화의 거리를 잇는 큰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6월 한달간 무료 공연

꼬스트홀의 기획·운영·대관을 위해 세실예술기획의 오세실 대표가 전문위원으로 위촉을 받았으며 명동성당 사목실 산하 문화분과위원회의 감독을 받게 된다.

꼬스트홀은 음향 테스팅을 겸해 한·일 월드컵 개최에 즈음한 개관기념 공연으로 6월 1일부터 한달간 매주 토요일 실내악과 합창 무대를 꾸민다. 명동을 찾는 외국 관광객과 시민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표 참조>

명동성당의 성음악감독 겸 가톨릭합창단의 지휘자로 활동 중인 백남용 주임신부는"명동성당은 새천년을 맞아 민주화의 광장에서 문화의 광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며"명동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대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동성당 꼬스트홀의 개관은 거의 교회 내 행사로만 사용되고 있는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1천석)이나 음악회 장소로 손색이 없는 정동제일교회의 문화재 예배당의 활성화에도 적잖은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