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운동이 시작되고 처음 한동안은 거의 매일 전화를 받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외국인들을 도울 수 있어 너무 기뻐요."
러시아어 봉사자인 이상희(尙姬·29·여·사진)씨는 지금까지 모두 13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BBB 회원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봉사요청을 받은 경우다.
총 93명의 러시아어 봉사자 중 아직 한번도 전화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아마 제 휴대전화 번호가 개인별 카드의 맨 앞줄 위쪽에 적혀 있어 전화가 많이 오는 모양"이라며 "저한테 이런 행운이 따르니 더욱 열심히 봉사하라는 의미로 알겠다"며 살짝 웃었다.
씨는 "주로 시민들이 외국인을 대신해 전화를 걸어오는데 그 내용이 무척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번은 비행기 환승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하루를 묵어야 할 한 러시아 여인이 꼭 공항 안에서 자겠다고 고집해 전화로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비자 체류기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민속촌 가는 교통편이 어떻게 되느냐, 그림도구를 사고 싶은데 유명한 화방이 있는 곳은 어디냐는 등 정보를 알려달라는 전화도 많았다고 말했다.
씨는 지난 2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통역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과거 모스크바 고리키 문학대학에서 연수받을 때 언어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을 땐 좀 더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도움을 줄 생각에서 BBB 봉사를 신청했다고 한다.
"처음엔 그저 통역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친절하게 제대로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씨는 "중앙일보가 BBB를 '언어·문화봉사단'운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왕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