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책 수단으로 환율쓰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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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엔화 강세'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환율을 정책수단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대장성 재무관 시절 '미스터 엔'으로 불린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학 교수(사진)는 지난달 25일 취재팀을 만났을 때 이미 이렇게 예견했다.요즘 시장은 그의 예측대로다.

"당초 올해 말에는 달러당 1백40~1백50엔 선까지 엔화가 약세를 탈 것으로 보았다가 입장을 바꿨다"며 그는 일본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왜 환율 전망을 바꿨나.

"단기적으로 일본이 경기 회복세를 탈 공산이 큰데 이것이 아직 환율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미국의 좋은 소식(예상보다 높은 1분기 성장 등)과 일본의 나쁜 소식(국가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등)은 이미 환율에 반영됐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조만간 거꾸러져 'W형'경기변동을 보일 수도 있다. 또 일부 부문이지만 일본에서 구조조정도 추진될 것이다. 따라서 서너달 동안 엔화가 강세를 띨 것으로 본다."

-엔저를 유도하는 정책을 쓸 수도 있지 않은가.

"일본은 평등사회이며 고비용·고물가 상황인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엔저다. 그러나 일본처럼 국제경쟁력이 있는 부문과 국제경쟁력 없이 국내에서 안주하는 부문이 공존하는 이중구조 경제에선 환율을 함부로 조정할 수 없다. 엔저 상황으로 만들면 국제경쟁력이 있는 부문에서 무역흑자가 더 늘어날 것이고 상대국가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정부는 환율을 정책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일본 경제는 어떻게 보나.

"부실정리 과정에서 불경기가 지속되며 해고가 늘어나고 임금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사회계약'인 평생고용도 바뀔 수밖에 없고 위기감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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