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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감형 노리고 연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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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자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5)은 “어릴 때 고아원에서 동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술을 먹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는 형량 감경을 노린 김의 계산된 위장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일 김에 대한 정신감정 및 진술·행동분석 결과 감경 사유가 될 만한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신과 전문의와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은 김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의 진위를 조사한 결과 거짓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이 성폭행 경험에 대해 말할 때 얼굴의 미세 근육이 떨리거나 눈의 초점이 흔들리는 등 거짓말을 했을 경우 보이는 특정 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사건 당일에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김과 함께 마신 사람을 조사한 결과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허태욱 부장검사는 “김이 검거 당시 자해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범행을 뉘우치고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지만 양형을 줄이기 위한 계산된 진술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987년 강도강간 범행 뒤 검거될 때도 같은 식으로 자해를 했다는 것이다.

허 부장검사는 “김이 ‘사람을 죽이면 사형을 받을 수 있으니 살인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처벌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 범행 전날 온종일 컴퓨터로 음란물을 본 점도 확인됐다. 김의 컴퓨터에는 음란물 52편이 저장돼 있었다. 대부분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중 4∼5편은 아동을 납치해 강간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파일 접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은 범행 전날 이 음란물들을 모두 한 번씩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 부장검사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김의 범행이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김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전자발찌 착용 기간은 최소 20년에서 최대 45년까지 가능하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강간 등 상해 혐의로 김수철을 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이 조사를 받는 동안 ‘내 안에 욕망의 괴물이 있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며 “결국 그 괴물이란 정신질환도, 술도 아닌 김수철 자신이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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