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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포트·시장후보 공약 등 생생한 기획 연재물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드디어 월드컵의 화려한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환희의 함성, 아쉬움의 탄식이 벌써 귀에 들리는 듯하다.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 달성과 더불어 지난 4년 간의 범국가적 투자와 노력이 알찬 열매를 맺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런데 도대체 축구가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지난주 연재한 '월드컵 이야기'는 사회학자들의 심층적 분석을 통해 축구와 월드컵의 이면에 있는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배경과 의미를 짚어줌으로써 흥분과 열광 앞에서 숨을 고를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5월 25일자 '보는 축구에서 하는 축구로 전환을'은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기반 위에 국민의 건강과 여가가 보장되는 스포츠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국민이 건강해야 축구도 강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월드컵이 국민의 건강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중앙일보가 여론을 선도해 주기 바란다.

월드컵 성공을 위해 정쟁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비리와 부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민생현안들이 파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 과다책정에 관한 논란도 서민들에게 분노와 시름을 안겨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 지난 1년간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값, 덩달아 뛰어오르는 전세·월세에 신음하다가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토지비용을 원가의 4.2배로 책정하고 건설비를 턱없이 부풀렸다는 보도(24일자 '서울 분양가 뻥튀기 여전')를 접할 때 분노하지 않을 시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25일자 사설에서 아파트 분양가 과다책정 문제를 잘 지적해 주었다. 다만 23일자 34면 '아파트 분양가 논쟁'에서는 용인·죽전지역의 아파트 분양이익을 건설교통부가 '과도하게' 추정 발표했다고 보도해 놓고 25일자 사설에서는 이러한 건설교통부의 발표를 분양가 과다책정의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어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사상과 자질을 샅샅이 검증하고자 하는 용기와 역량을 가진 신문이라면 수많은 서민들의 한이 서린 아파트 분양가 과다책정에 따른 폭리와 사회문제를 정확하게 파헤치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민생현안을 하나라도 해결해 주려고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지면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주에는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한 기획 연재물이 많아 독자의 식견을 넓혀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본 리포트 '흔들리는 늙은 부국'은 일본 위기의 실상과 원인을 생생하게 전달했었다. 메트로 면에 연재한 '시장후보 공약 현장을 가다'는 서울시장 선출을 앞두고 시정 현안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후보들의 정책방향까지 정리해 줌으로써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히 육아·노인복지·임대주택 등 서민의 실생활에 직결되는 문제들을 선정해 풍부한 자료와 사례를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는다. 바로 7백50만명으로 추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21일자 6면 중앙포럼 '517일간 파업은 끝났지만…'은 이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중한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오랜 파업 끝에 쓸쓸히 백기를 들어야만 했던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해산 모습을 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촉구한 이 글은 정쟁의 회오리와 부패의 탁류를 뚫고 독자 앞에 도달한 하나의 아름답고 엄정한 속삭임이다. '우리에겐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고통받는 이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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