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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기업 따라하단 큰코다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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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빅 브랜드,성공의 조건』(원제 Big Brands, Big Trouble)은 이 분야의 굵직한 저술들로 평가받아온 기업현장의 경영 사례집 두권의 메시지를 정면에서 뒤집는다.

국내에서 환영을 받아왔던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의 조건』, 제임스 콜린스·제리 포라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 이 책 때문에 '골프공을 맞고 쓰러지는 경영서'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무한경쟁의 시대 잘 나가는 기업을 따라하면 50점 정도는 따고 들어가는 역할 모델을 하는 기업들이란 이미 사라졌다는 것, 따라서 무병장수의 초우량기업의 성공사례란 게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초우량기업으로 종종 거론돼온 K마트를 비롯, IBM·코닥 등 큰 기업들의 현주소가 과연 멀쩡한가를 저자는 묻고 있다. 그들은 원제의 뉘앙스대로 큰 기업이라고 방심하다가 '큰 어려움'에 지금 절절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량기업이나 경쟁기업 따라하기(me-too 전략)란 실책일 수 있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반대로 제록스·크리넥스에서 코카콜라·고어텍스 등의 경우 경쟁 후발주자들의 모방 상품이 나오면서 외려 선발의 위치를 강력하게 굳히고 있는 케이스로 분류된다.

요즘 유행하는 벤치마킹의 전략도 '이류 기업의 마케팅'으로 책에서 매도를 당한다. 같은 업종의 최고제품과 자기기업을 비교평가하는 품질관리의 방식이란 시장진입의 선결조건인 차별화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벤치마킹 방식의 정반대로 간다. 성공한 기업들의 실패담을 차례로 보여주며 성공의 방정식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GM·시어스 백화점과 버거킹은 자신이 성공요인을 잊어버리거나 연속적인 경영진 교체로 졸지에 '밀려난 브랜드'가 됐다.

즉 자신의 과거 성공을 모방복제할 경우 필히 실패를 하고 만다는 것이 이 책이 남기는 큰 교훈이다. 대신 저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의 인식을 거머쥐는 포지셔닝, 즉 모방을 넘어선 차별화를 펼칠 것인가에 대해 훈수를 두고 있다. 빅 브랜드, 즉 거대기업이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실력없는 이사회, 수치에만 집착하는 증시 등을 경계할 것을 조언한다. 책의 서술은 대체로 평이하다. 단 번역서의 우리말 제목이 원제의 강렬한 메시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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