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法 교통정리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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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재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은 통신일까 방송일까. 답은 통신이기도 하고 방송이기도 하다.

KBS나 MBC·SBS 같은 기간 방송 사업자가 운영할 경우에는 방송이고 그 밖의 경우엔 통신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같은 인터넷 방송이라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면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지만 지상파 방송이 운영하면 방송윤리위원회의 몫으로 돌아간다.

디지털과 위성·인터넷 등 기술의 발달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급격히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방송과 통신의 어느 한 범주에 넣기 힘든 케이스가 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규는 이를 대비하지 못해 자칫 뉴미디어의 발전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태영(연세대)교수와 이호규(동국대)교수는 최근 한국언론학회에서 발표한 '방송과 통신의 경계영역 서비스에 대한 법제적 문제점'이란 논문을 통해 현재의 법 체제로는 새로운 매체를 흡수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예로 든 것은 위성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디지털 오디오 방송 시스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고 한국에서도 기술적인 검토가 끝난 위성 DAB는 CD 수준의 음질을 갖추고 비디오 정보와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어 차세대 방송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허가 및 심의=위성 DAB는 전송 수단으로 보면 위성방송 사업이나 방송채널 사용사업에 해당돼 방송위원회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업자가 부가서비스로 운영할 경우 정보통신부 소관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또 기존의 일반 통신사업자가 부가서비스 방식으로 직접 위성 DAB에 뛰어들 수 있다. 이 경우엔 신고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위성DAB 사업은 초기단계부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의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양쪽으로부터 중복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사업의 규제=방송은 방송위원회와 공정거래 위원회가, 통신은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한다.

하지만 위성 DAB는 위성·이동통신·단말기 사업이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나 시장 지배력의 남용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정책의 주체가 중도에 바뀔 경우 그에 따른 비용 부담만 늘 것"이라며 "일관된 정책 추진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단일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협회의 김달중 국장도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와 유선중계방송에 치우쳐 있다"며 "옥외광고·위성방송·인터넷·모바일 등 점증하는 뉴미디어의 등장에 대처하려면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를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로 출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민호 교수(숙명여대)는 "보수적인 법의 속성상 미디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건 당연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법을 보완하면 될 것"이라며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의 통합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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