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분양가 아직도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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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택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원가 논쟁이 매달 동시분양 때마다 재연되는 것은 참으로 보기 딱하다. 이러니 수요자 입장에선 분양받고도 밑지고 산 기분이고 주택시장 질서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여기엔 아파트 분양가의 원가 산정이 쉽지 않은 탓도 있지만 주택 당국이 분양가의 과다 책정을 감시한다면서도 의지를 제대로 싣지 않은 책임이 크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최근 서울시 의뢰로 5차 동시분양 15개 아파트의 분양 평가 결과 상당수가 땅값은 평균 원가의 두배, 건축비는 평당 원가보다 1백만원 비싸게 책정됐다고 발표, 분양가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건설교통부도 용인·죽전의 택지개발지구 땅을 공급받은 건설업체들이 평당 최고 4백24만원의 차익을 취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시민단체의 계산에 허점도 있어 건설업체의 항변이 있을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는 비공식 수주 비용 등 알게 모르게 돈이 들고 고급 내장재를 사용하면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 또 사업 리스크와 금융비용 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손을 들어 주기에는 아무래도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그동안 적정 이윤의 충분한 개념 없이 기존 아파트값 상승이나 분양 열기에 따라 분양가를 고무줄처럼 올려오다 보니 신뢰를 잃은 것이다. 이번 시민단체 평가에서는 서울시 책임도 커 일선 구청과 건설업체가 사전 자율조정을 거쳤음에도 거품이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선 구청의 행정지도가 겉치레였음을 드러낸 것이다.

정도를 넘는 폭리는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 당국은 과다 분양가 잡기에 나선 이상 충실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건설업체들도 분양가 자율화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능동적 참여가 중요하다. 이제라도 분양평가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하고 건설업체는 원가 산정 자료들을 정말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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