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에 연일 휘둘리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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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로그램 매매가 연일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증시가 조정국면에 빠져들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그래프 참조>

프로그램 매매란 컴퓨터가 현물(주식)가격과 선물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으로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이용한다. 요컨대 최근엔 꼬리(선물)가 몸통(주식)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23일 종합주가지수는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이 급증한 탓에 전날보다 17.55포인트(2.03%) 떨어진 845.51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동안 쏟아진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은 모두 3천3백17억원(차익·비차익 포함)에 달했다. 지난 22일에는 1천89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 덕분에 주가가 25포인트 올랐지만, 23일에는 프로그램 매매가 큰 부담이 됐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져 나온 것은 7천7백39계약에 달한 외국인의 선물 매도 때문이었다. 이는 지난 1월 15일(8천8백91계약)에 이어 둘째로 많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 규모.

이처럼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처분하자 선물 가격이 현물(주식) 가격을 밑도는 백워데이션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면 선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진 주식을 처분하는 프로그램 순매도가 나타난다.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자신이 없어진 기관들은 비교적 안전한 투자기법인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즉 주식가격이 선물가격보다 쌀 때는 주식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에 나서고, 거꾸로 선물가격이 싸면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도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당분간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선경래 이사는 "다음달 12일 만기일까지 모두 6천억~8천억원 상당의 프로그램 매도(차익·비차익 포함)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며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 850선을 가운데 두고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23일 거래소시장에서는 SK텔레콤을 제외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국민은행 등 지수비중이 높은 대형 우량주들이 대부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날 3.9% 올랐던 삼성전자는 2.7% 떨어진 36만원을 기록했다.

또 현대모비스·S-오일·현대중공업 등 중가 우량주들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지수도 1.89포인트 떨어진 75.53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75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일 이후 12일(거래일 기준)만이다.

엔씨소프트·액토즈소프트·위자드소프트 등 게임주들은 문화관광부의 온라인 게임 사전등급 분류 심의제도 도입 때문에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온라인 게임 진출을 준비 중인 한빛소프트도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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