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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트랜드&이슈] 소주값<껌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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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올해엔 술도 가격파괴 시대에 접어들었다.

보통 한병에 3000원 하는 소주를 500원에 파는 곳이 등장하더니 100원에 파는 곳까지 생겼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중화역 앞의 '땡주막'이 바로 그곳. 올 봄에 병당 100원짜리 가격파괴 소주를 선보였다. 안주 값은 탕수육 8900원, 조개탕 7900원이다. 안주에 소주 한병 끼면 9000원, 8000원이 되기에 값을 8900원 식으로 정했다.

소주의 공장도 가격이 800원이니 소주값만 보면 적자다. 이를 안주에서 남는 이문으로 벌충한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안주를 아예 안 시키면 소주값도 병당 3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일단 안주를 하나 주문하면 다음부터 소주는 무한정 병당 100원. 넷이서 소주 네병에 8900원짜리 탕수육 하나 먹으면 9300원이다. 보통 음식점에서 안주 없이 소주 네병 값(1만2000원)보다 덜 나온다.

땡주막을 운영하는 송태용(56)씨는 "소주값을 내리기 전보다 손님이 세 배 이상 늘었다"며 "소문을 듣고 서울 시내 먼 곳에서도 '택시 값이 빠진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곳에 친구와 함께 온 최성재(30.인테리어업)씨는 "회사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지만 술값 부담이 적어 한달 전 처음 온 뒤 단골이 됐다"고 했다.

서울 종로의 제일은행 본점 뒷골목 '동원 민물장어'도 소주가 한병에 100원이다. 10월 말부터 소주뿐 아니라 맥주도 병당 100원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14일 맥주값만 1000원으로 올렸다.

추미자(45)사장은 "맥주나 소주나 구입 원가에는 별 차이가 없다"며 "그러나 서넛이 와서 장어는 조금만 시키고 맥주는 20~30병씩 들이켜는 주당들이 있어 맥주값을 올리는 게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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