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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기> 백은 실리 취하고 흑은 힘 비축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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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제2보 (15~36)=이세돌3단은 강한 개성의 소유자다. 그는 구속이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는 자유인의 기질을 갖고 있다. 승부사로서의 냉정함과 함께 꺾이지 않는 고집, 불 같은 내면이 공존한다. 가끔은 마음의 기압골에 따라 승패의 곡선도 무상해진다.

입단 동기생인 조한승이 5단인데 이세돌이 아직 3단인 이유도 언제부턴가 승단대회를 외면하는 그의 개성 탓이다.

흑로 젖히자 백로 맞끊은 장면. 백는 상용의 맥점이며 '참고도1'의 결과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흑이 낮게 포복한 이 그림은 어딘지 굴욕이어서 李3단으로선 채택할 수 없다.

15, 17로 몰고나가 21까지 바꿔치기를 했다. 백 실리, 흑 세력의 갈림. 백의 귀엔 아직 사는 수가 있고 흑은 축머리를 이용당하게 돼있다. 실제로는 27로 한 수 더 들여야 수순이 완료된다. 이 정석은 누가 좋을까. 프로들은 흑이 약간 느리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 2년 전부터 흑쪽에서 이 정석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32에 33으로 받아준 李3단의 '인내'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강하게 둔다면 '참고도2'의 흑5가 있다. 하나 지금은 A의 축이 안돼 불발탄. 李3단은 오늘 느릿하다. 최근의 신인왕전 결승에서도 그는 두텁고 느리게 움직이며 한방으로 승부를 내곤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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