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환율·유가'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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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국내 증시가 두 가지 복병을 만났다. 최근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원화가치와 국제유가가 그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강세와 유가상승이 계속 될 경우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증시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원화가치가 오르면 업종별 명암도 엇갈리는데다,수입 원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2백5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12일의 고점(1천3백33.50원)에 비해 80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원화가치가 그만큼 올라간 것이다.

SK증권 조대현 애널리스트는 "현 원화 강세는 엄밀히 말하면 달러화 약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이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가격경쟁력 약화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원화만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니라 엔화·유로 화 등 다른 화폐들의 가치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표 참조>

현투증권 김승현 애널리스트는 "원화강세는 외환위기 이후 국가 경쟁력 강화와 신인도 회복으로 인해 불가피한 것"이라며 "원화강세가 원재료 및 중간재의 수입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구조상 수입 원가를 하락시키는 이점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분석팀장은 "원화의 펀더멘털에 비춰 현 수준은 비정상적으로 비싼 수준은 아니다"라며 "엔화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주식매수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원화강세로 달러 부채 및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항공·해운·정유·철강업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조선·전자부품 업종은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유가도 3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카타르·UAE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일부 국가들이 오는 6월의 임시총회에서 증산에 반대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럴당 28~29달러 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동원증권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국제 유가는 하반기까기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유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등 증시에 좋지 않은 재료들이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윤태경 애널리스트는 "유류 투입과 매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관련주(LG석유화학·호남석유화학)와 운송 관련주(대한항공·아시아나) 등이 1차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료비 증가에 따른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자동차주(현대차·기아차) 및 생산 원가 상승이 예상되는 조선 관련주(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도 주가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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