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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표에 사활 걸었던 TPI-전자복권 실세 동원'진흙탕 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로비와 폭로전, 청와대 투서, 경쟁사업자 전력 무력화 기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거액의 주식을 받고 타이거풀스(TPI)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검찰 수사가 주목되는 가운데, TPI와 한국전자복권이 복표 사업권 획득을 위해 권력 측근 인사들을 동원해 최종 순간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TPI측에는 김홍걸·최규선씨 외에 대통령 인척 Y씨가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거론되며, 전자복권에서는 이수동(李守東) 당시 아태재단 상임이사와 여권 실세 K씨·L씨 등이 로비 축으로 등장한다.

사업을 검토했던 6개 업체 중 4개 업체가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포기하고 TPI와 전자복권의 맞대결 구도로 압축됐던 2000년 7월 김홍걸씨와 최규선씨는 전자복권 컨소시엄의 주력이었던 포스데이타측과 접촉했고 포스테이타는 같은 해 9월 컨소시엄에서 이탈했다.

포스데이타측은 민영화 등 사업계획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자복권측에서는 TPI측의 '공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TPI측은 비슷한 시기에 전자복권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여권 실세 K씨에게 2억원을 전달하려다 "너무나 많은 인물이 얽혀 있어 곤란하다"며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K씨 측근이 전했다. 지원 세력 쟁탈전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양측의 난투극은 TPI가 우선협상자에서 최종 수탁자로 선정되는 2000년 12월에서 2001년 2월까지 두달여 동안 가장 치열했다.

전자복권은 TPI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인 지난해 1월 이수동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통해 청와대에 투서를 하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한국전자복권의 고위 관계자는 "우선협상자 실사 과정에서 제안서에 허위내용이 나왔는데도 체육진흥공단 고위층이 TPI를 선정하려고 실무진에 압력을 넣는다는 제보를 받아 김현성 전 사장이 아태재단으로 李씨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전자복권측은 TPI 제안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체육진흥투표권 위수탁 사업자 선정 의혹 보고서'를 李씨에게 전달했고, 李씨가 이를 갖고 청와대로 들어가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통령이 공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TPI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안다고 전자복권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에 전달된 보고서에는 TPI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000년 12월 2일부터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1월 22일까지 개최된 복표사업자 선정 회의의 논의 내용 등 비리의혹이 기록돼 있다.

TPI도 비슷한 시기에 '한국전자복권의 문제점'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대응했다.

전자복권 김현성 사장은 연청 출신으로 아태재단 李씨를 통해 복표 로비를 시도하고 있으며 제주도 복권 사업도 李씨의 지원으로 따냈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용호 게이트 수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양측이 정보전을 통해 상대방의 상황을 꿰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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