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고지 재탈환은 아직 버거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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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증시가 바닥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주 종합지수는 800선 근처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급반등했다. 1백20일 이동평균에 마지노선을 쳤던 종합지수는 60일과 20일, 5일 이동평균을 모두 상향 돌파해 상승 추세를 새롭게 갖췄다.

사실 지수 800은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난번 지수 900 돌파를 전후해 주식형펀드에 몰렸던 보험 등 기관자금이 로스컷(추가손실 차단을 위한 매도)을 800선 정도에 설정했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수가 800 밑으로 떨어졌다면 바로 780 근처까지 밀릴 아슬아슬한 국면에서 장세가 극적으로 반전한 것이다.

무엇보다 해외변수의 도움이 컸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소매판매 등 경기지표와 델컴퓨터 등 기업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들 지표에 눈높이를 너무 낮췄던 미국 증시는 당연히 반등했고, 그 훈풍이 국내 증시에도 와 닿았다.

증시 수급사정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외국인들이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돌아선 가운데 주식형펀드로 돈이 다시 들어오면서 국내 기관도 매수주문을 늘릴 수 있었다.

미국 뮤추얼펀드에 지난주 39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점에 비추어 외국인들은 그런 대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주를 전환점으로 위험 관리보다는 매수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해도 좋은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큰 기대는 금물이다. 아직은 안정을 되찾은 정도지 지수 900을 넘어 본격 상승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번 주에 나올 미국의 경기선행지표(20일)와 내구재주문(23일), 국내 1분기 경제성장(22일)과 수출입동향(21일) 등을 통해 국내외 경기 흐름을 다시금 짚어봐야 한다. 계속되는 달러 약세에 미국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고리를 끊고 차별적 오름세를 보이기에는 아직 체력이 허약하다. 조급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주가가 밀리면 우량주를 조금씩 사들여 느긋하게 기다리겠다는 투자자세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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