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끈질긴 인연 나이스 前 IMF국장 이번엔 하이닉스 해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역임한 휴버트 나이스(사진)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 담당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문제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당시 IMF 국장이었던 나이스 회장은 지난 7일 하이닉스반도체의 실사기관·매각 주간사 제안설명회(프리젠테이션)에 참석해 하이닉스반도체 처리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고 하이닉스반도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가 전했다. 그는 반도체 전문가를 대동하는 등 채권단 관계자들에게 실효성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샐러먼 스미스바니(SSB)가 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주간사를 맡으면서 수익 전망을 부풀린 혐의로 미국 월가 투자자에 의해 정식 제소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도 나이스 회장은 하이닉스에 대한 해법이 있다며 시종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5일 안진회계법인·아서디리틀(ADL)·UBS워버그·매킨지 등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하이닉스반도체 실사와 구조조정 방안 수립을 위한 주간사로 선정됐다. 이는 도이체방크가 외환은행의 대주주(코메르츠방크)와 독일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결정으로 비쳤다.

나이스 회장은 IMF를 떠나 도이체방크로 옮긴 뒤에도 매각 대상이 된 서울은행의 경영자문을 통해 한국과 계속 인연을 맺어오다가 이번에는 하이닉스 처리에 간여하게 된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 업무를 했던 SSB에서 상무를 지낸 安모씨를 전무로 영입하는 등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안에서는 도이체방크가 실사 주간사가 됨에 따라 나이스 회장이 지난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해 "하이닉스 매각은 세계경기 침체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지금까지 어려움에 처해 있으므로 반도체 시장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발언대로라면 사업분할을 한 뒤 선별적으로 필요하면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겠다는 것으로 '조기 매각'을 원하는 정부 생각과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