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기금 사후 평가 강화 지원금 누수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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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문예진흥원은 최근 올해 문예진흥기금사업에 대한 분야별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달부터 연극·음악·무용 등 7개 분야의 위원 24명은 서울과 지방을 돌며 지원사업을 평가하게 된다.

연말엔 12명으로 구성된 종합평가위원회가 이들의 현장평가를 토대로 재평가 작업을 벌인다.

이런 사후 평가제도는 지난해에 처음 생겼다. 올해와 같이 이중의 평가시스템을 통해 전체 지원사업의 16%를 평가했다. 올해는 평가 대상을 더 확대해 25%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문예진흥원의 자체평가(서면평가)와 국민 모니터링 요원(1백여명)들의 평가를 포함하면 대상 범위는 더 넓어진다.

이쯤이면 문예진흥원은 지원이 아닌 평가단체라는 오해도 살만하다. 그러나 김정옥 원장은 "엄정한 평가야말로 지원보다도 더 중요하다"며 "올해의 평가자료는 내년 지원사업 선정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네개의 평가등급 가운데 '보통'과 '미흡'을 받은 45개 단체는 올해 지원사업 선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그만큼 사후 평가의 위력은 막강하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사후 평가제도에 대해 현장의 일각에서는 "어떻게 예술을 한낱 숫자로 계량화해 평가할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지만 '국고'(진흥기금)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평가의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예술지원책은 적은 액수로 보다 많은 단체에 지원금을 주는 '소액다건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별다른 감시가 없으면 지원금이 개인의 쌈짓돈처럼 흐지부지 쓰일 수 있는 개연성이 없지 않다. 문예진흥원이 늦게나마 이를 개선하기 위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이른바 문화선진국에서 이런 평가제도는 상식으로 통한다. 프랑스 문화부는 지원사업 평가만 전담하는 평가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문예진흥원 박상언 평가홍보팀장은 "이들 평가관은 대단히 전문적인 데다 정실 등과는 거리가 멀어 예술인들로부터 어떤 불만의 소리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립예술기금(NEA)도 지원 못지않게 평가를 중시하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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