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완씨 검거에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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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홍걸씨 구속으로 '최규선 게이트' 수사가 정점에 바싹 다가섰다.

그와 최규선씨가 TPI의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이권을 챙겼음이 확인된 만큼 그들이 TPI를 위해 과연 해당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가 규명의 초점이 됐다.

또 홍걸씨와 崔씨의 추가 비리,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의 崔씨 밀항대책 논의 여부, 崔씨가 한나라당 이회창(會昌)전 총재 측에 20만달러를 줬다는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의 주장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정·관계로 향하는 수사=검찰은 TPI가 崔씨와 홍걸씨에게 준 주식을 정·관계 인사들에게 TPI에 사업권이 넘어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본다. 따라서 홍걸씨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또 도움을 준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주식이 제공됐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1월 TPI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후에 유력 정치인 보좌관 등 10여명이 이 회사의 임원으로 영입돼 스톡옵션을 받았음이 드러나 있다.

검찰은 TPI가 기술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지난해 2월 사업자로 승인되고, 그 직후 홍걸씨가 TPI주식을 받게 된 경위를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TPI의 경리장부 등을 통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이 금품 로비에 사용됐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구속된 송재빈(宋在斌) 대표를 추궁 중이다. 결과에 따라 전·현직 여야 의원들의 소환과 사법처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포스코의 주식매입 배경 의혹=검찰은 홍걸씨의 또 다른 이권개입 의혹과 관련, 포스코가 지난해 4월 최규선씨의 요청을 받고 TPI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비싼 70억원에 사들인 배경을 쫓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유상부(常夫)회장을 곧 소환, 이 거래가 2000년 7월 홍걸씨와 만난 것과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홍걸씨가 포스코의 TPI주식 고가 매입에 관여했는지와 崔씨가 주식거래를 주선하고 받은 24억원 중 일부를 받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검찰은 또 홍걸씨를 기소하기 전까지 그가 崔씨를 통해 기업체에서 받은 돈의 규모와 명목·경위·사용처 등을 규명하는 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홍걸씨가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성전건설과의 자금관계를 캐고 있다.

검찰은 홍걸씨가 받은 돈 중 대가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희완씨 검거 주력=검찰은 이번 비리의 핵심인물인 김희완(체포영장 발부)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김홍걸씨 기소 전에 검거해 관련 비리를 밝혀내기로 했다.

그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대가로 TPI주식 2만3천주를 차명으로 받았고, 경찰의 차병원 비리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1억5천만원과 차바이오텍주식 1만4천주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최규선씨가 이회창 전 총재 측에 20만달러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설훈 의원에게 제보한 것으로 주변사람들에 의해 드러났으나 정작 최규선씨는 이를 부인한 상태다. 그를 붙잡아 崔씨와의 대질 등 절차를 거쳐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미국으로 달아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崔成奎)씨의 신병확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로선 청와대와 국정원 등 관계자들이 최규선씨의 해외밀항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그이기 때문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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