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가 사은품 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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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린이날이 아이들에게 상품을 팔기 위한 날로 전락하는 것이 안타까워 뒤늦게나마 펜을 들었다. 지난 5일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대형 할인마트에 갔다.

그런데 노란 병아리가 가득 담긴 상자가 눈에 띄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면 어린이날 사은품으로 병아리를 준다고 했다. 병아리를 받으려고 아이들은 길게 줄을 서있고 종업원들이 병아리를 비닐에 마구 담아 나눠주고 있었다. 더운 한낮,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비닐 안에서 병아리는 아이들의 손에 쥐어져 계속 이리저리 뒤틀리며 끌려다녔다.

살아 있는 병아리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병아리를 '물건'으로 받은 아이들이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겠는가.

또 어린 생명을 잘 키워보겠다고 데려간 아이들도 그 병아리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면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병아리들의 생명이 길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줘서야 되겠는가.

가뜩이나 폭력과 잔인함이 난무하는 게임·영화 등에 어린이들이 노출되기 쉬운 세상이다. 거기에 비뚤어진 상혼까지 한몫 해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현식·서울 금천구 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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