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경기 판정 유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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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영국의 축구 전문잡지 월드사커가 월드컵 출전팀 감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여러 명이 한국과 일본을 '주목해야 할 팀'으로 꼽았다. 아직 세계적 수준과는 거리가 먼 한국과 일본을 이렇게 평가한 이유는 이번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의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홈경기에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겪는 피로·체력저하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라운드의 판관인 심판들도 홈팀을 응원하는 관중의 함성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영국 월버햄프턴 대학의 앨런 네빌 교수는 축구 심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홈팀 선수들이 태클하는 장면 47개를 보여주고 반칙 여부를 판정토록 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한 그룹에는 홈 관중의 열렬한 함성과 함께 화면을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는 그냥 화면만 보여줬다. 그 결과 함성을 들으면서 태클 장면을 본 심판들의 반칙 판정률이 화면만 본 심판들에 비해 15%나 낮았다. 심판들이 알게 모르게 관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구 선수들은 홈경기를 할 때 신진대사가 더 활발해진다. 영국 뉴캐슬대 진화생물학자인 닉 니브 교수와 샌디 울프슨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홈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서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홈에서 맞수와 맞붙을 때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니브 교수는 "자기 영역을 수호하려는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축구 선수들도 자신의 영역인 홈그라운드를 지키기 위해 더욱 정력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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