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유럽 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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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창단 1백주년 축포는 지단의 발끝에서 쏘아올려졌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지네딘 지단(29)을 앞세워 2001~2002 시즌 유럽 최고의 클럽팀에 우뚝 섰다.

1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에르 레버쿠젠(독일)을 2-1로 꺾고 2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올해 창단 1백주년을 맞은 마드리드는 이 대회 최다인 통산 9회 정상에 올랐다.

전반 종료 직전, 1-1 동점 상황에서 카를로스의 왼쪽 크로스패스를 이어받은 지단이 왼발 발리슛으로 터뜨린 결승골은 팀과 지단 개인 모두에 단비와도 같았다.

마드리드는 '창단 1백주년 프로젝트'로 지난해 사상 최고의 이적료인 6천5백만달러(약 8백45억원)를 지불하며 유벤투스에서 지단을 영입했다.

그러나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위에 그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유럽 최고권위 대회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하게 됐다.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은 물론 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하며 명성을 떨친 지단은 유독 챔피언스리그와는 인연이 없었으나 이마저 우승함으로써 '우승 제조기'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젠 조국 프랑스를 위해 뛰겠다"는 자신의 말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월드컵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경기는 초반부터 박진감 있게 진행됐다.

지단·루이스 피구·라울 곤살레스·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최고의 선수들을 앞세운 마드리드는 전반 9분 왼쪽 윙백 카를로스가 왼쪽 터치라인에서 길게 스로인한 볼을 라울이 빠르게 낚아채 골키퍼까지 제치며 가볍게 첫골을 얻어냈다.

레버쿠젠의 반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레버쿠젠은 5분 뒤 미드필드 왼쪽에서 베른트 슈나이더가 감아찬 프리킥을 브라질 대표 출신 수비수 루시우가 머리로 받아넣어 균형을 이뤘다.

레버쿠젠은 그러나 피구를 막는데는 성공했으나 왼쪽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골문을 위협해온 지단까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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