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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들어서는 8개 보 오염된 중·하류 ‘물청소’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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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월 하순, 낙동강 하구둑.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 사이의 낙동강 하류를 가로 질러 만든 길이 2.4㎞의 둑이다.

이 둑으로 인해 생긴 호수에 조류(식물플랑크톤)가 대대적으로 번식하기 시작했다. 겨울철 갈수기에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조류가 급속히 번식하면서 호숫물은 온통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수질도 크게 악화됐다. 하구둑 부근 부산 물금 지점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5.4ppm에 달했다. 지난해 연평균치(2.8ppm)보다 거의 2배였다. 이 호수는 부산지역 상수원이지만 수돗물 원수로 사용하기 어려운 4급수 수준이 돼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하구둑을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관리단에 낙동강 하구둑 방류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오염된 물을 흘려 보내고 깨끗한 상류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오염물질을 희석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관리단은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초당 584㎥씩 총 3억5000만㎥의 물을 하구둑을 통해 내보냈다. 평상시보다 3억㎥가 많았다. 대신 상류의 댐과 지천에서 내려온 맑은 물을 채웠다. 그 결과 물금지역의 조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수질도 좋아졌다.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이재관 소장은 “하구둑의 물을 빼내는 대신 상류의 물로 채우는 ‘물청소’ 를 한 셈”이라며 “조류 농도가 80% 이상 줄어드는 등 효과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4대 강 사업으로 내년 말까지 낙동강 전역에 8개의 보가 들어서면 이 같은 ‘물청소’ 방식의 수질개선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물청소에 필요한 수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대 김범철(환경학과) 교수는 “보 8개에 9억㎥ 상당의 물이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에서는 이를 희석하는 데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이 방법으로는 더 이상 수질을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보 건설로 강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중·상류 지역에서도 조류가 크게 번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10년(2000~2009년)간 낙동강 상류지역인 경북 왜관지역의 엽록소a 농도는 물 1㎥당 연평균 19㎎이었고, 특히 매년 8월에는 40㎎에 이르렀다. 광합성 색소인 ‘엽록소a’ 농도는 조류의 발생 정도를 나타내는 수질 항목으로 40㎎ 이상이면 생태계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준다.

낙동강 중류인 경남 창녕 남지 지점의 경우 엽록소a 농도는 연평균치가 54㎎이고 매년 4월에는 100㎎이나 됐다. 이 정도면 죽어서 강바닥에 쌓인 조류가 썩으면서 산소를 고갈시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물청소’ 외에 수질개선을 위한 별도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동대 박창근(토목공학과) 교수는 “조류·독극물 등으로 강물이 오염됐을 때 보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빨리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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