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넷북·LED TV 값도 집중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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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또 하나의 ‘MB 물가지수’가 나올 듯하다. 하반기 경제운용의 주요 과제인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중점 관리할 30대 품목의 목록을 작성해 공개한 데 따른 것이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가격 차이와 그 원인을 분석할 대상엔 정부가 2008년부터 조사해 온 11개 품목과, 이번에 새로 선정한 19개 품목이 포함됐다. 새 지수에는 그간 단골로 끼었던 품목 대신 아이폰과 넷북·유기발광다이오드(LED)TV 같은 첨단 제품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주요 선진국이나 아시아 경쟁국가에 비해 국내 가격이 비싸다고 의심되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골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08년 5월부터 주요 7개국(G7)과 아시아 3개 국가(홍콩·대만·싱가포르)에서 36개 품목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조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독과점 상품이거나 국내외 가격차가 큰 상품을 최종 선정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들 품목의 현재 가격과 그동안의 추이, 국내외 가격 차를 자세히 비교해 11월부터 국민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특히 국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품목은 시장구조 개선, 경쟁환경 조성, 독과점 사업자의 가격 인하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것일 뿐 절대 물가관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이동원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2008년부터 소비자 업무를 이관받았는데,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밖에 없다”며 “내부 논의 끝에 국내외 가격차를 조사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선정 사유를 보면 물가관리 의지가 담겨 있다. 공정위가 밝힌 선정 기준은 ▶정부의 생활필수품 관리 품목 ▶소비자 물가지수 가중치가 높은 품목 ▶산업집중도가 높은 품목 ▶고가·10대 수입품 ▶언론 관심이 높은 품목 ▶신기술 품목 등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도 정보 공개를 주요한 물가관리 수단으로 꼽았다. 결국 물가에 부담을 주는 품목을 집중 감시해 멋대로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경험도 있다. 정부는 서민 물가를 관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8년 4월부터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을 특별관리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품목이 선정됐다는 의미로 ‘MB 물가지수’라고 불렸다.

하지만 다른 품목보다 MB 지수 포함 품목이 더 오르는 등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을 받다가 결국 그해 말 용도폐기했다. 익명을 원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물가를 시장에 맡긴 만큼 관리 대상 품목의 가격이 올라도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론만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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