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관훈토론>: 토론회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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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는 14일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文昌克 중앙일보 전략기획 담당)초청토론회에 참석, 정국 현안과 자신의 정책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후보는 '말 바꾸기'라고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정치행태에 대한 질문에는 특유의 논리와 비유로 비켜갔다. 패널리스트들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도중에는 3당합당을 비난하며 이인제(仁濟)의원을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다가 경선이 끝난 다음에는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에게 깍듯이 절한 것이 "이중적 행태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 때마다 그는 "3당합당이 역사적 과오임에는 틀림없지만 과거와의 화해도 필요하다"며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은 쿠데타가 적법해서가 아니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대로 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대북관계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응을 강조하며 "집을 구할 때도 치열하게 전략적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표정은 평온하다. 주고 받으면서 챙길 것은 다 챙긴다"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사적으로 보증 선 일이 많아 나라 경제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곤란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선 "변호사 시절 남들이 계약하러 오면 분쟁이 생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시시콜콜히 따졌다. 그러나 내 문제는 도장을 쑥 내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 자리에도 남의 일은 까다롭게 봐도 자기 일은 헤아리지 않고 사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민주당 후보경선 중이던 지난 3월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민원전화를 걸었던 처신에 대해서는 "링컨 대통령도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까지 민원인을 만났다. 엄밀한 의미에서 옳은 일은 아니지만 양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고 버텼다.

이념문제에선 흥분하기도 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에 대한 후보의 시각을 묻는 질문에 "베트남이 통일했다. 무력통일이다. 통일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나. 가치를 부여하려 하지 말고 사실을 사실대로 봐라. 김일성 입장에선 통일하려 한 거다. 대한민국 법통과 정통성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한 사람이란 전제로 대한민국 판사, 국회의원, 장관을 한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려 하면 짜증스럽다"고 했다.

이날 패널리스트로는 박보균(朴普均)중앙일보 논설위원, 남찬순(南贊淳)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용식(容式)문화일보 정치부장, 김종구(金鍾求)한겨레신문 정치부장, 홍은주(洪銀珠)MBC해설위원이 나왔으며 세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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