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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납북 김동식 목사 2002년 평양 초대소에 억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2000년 1월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납치한 김동식(57)목사가 평양의 철도성 초대소에 억류돼 있었다는 탈북자 증언이 나왔다. 지난 4월 탈북 귀순한 이광수(가명)씨는 21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000년 1월 27일 새벽 함북 회령시 보위부 구금실에서 북한에 끌려온 김동식 목사를 만났다"며 "2002년 7월에는 국가안전보위부 고위 간부에게서 김 목사가 함북도 보위부를 거쳐 평양초대소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 사망설 근거없어"=이씨는 "김 목사가 북한당국의 관리 아래 생존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행적을 추적해 온 우리 정보당국자도 "일각에서 제기한 김 목사 사망설은 근거가 없으며 현재 소재와 관련한 첩보를 수집 중"이라고 했다.

조선노동당 지도원 출신인 이씨는 입국 직후 국가정보원에 김 목사 납치범이 한국에 잠입해 있다고 제보해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씨는 "김 목사를 만날 당시 나는 체제모독죄로 조사받던 중이었으며 납치에 관여한 공작원 김철 등에게서 전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납치에서 북송까지=이씨는"김 목사는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으며 구금실 2호방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간수가 밥을 먹으라고 하자 김 목사는 '안 먹겠어요'라고 했다"며 "말투로 한국사람임을 알아본 내가 '아바이 남조선 사람 아니오'라고 묻자 김 목사는 자기 신분을 밝히며 '맞다'고 답했다"고 기억했다. 또 끌려온 이유를 묻자 김 목사는 "나는 순수한 목사다. 왜 나를 강제로 납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김 목사는 이틀 뒤 함북도 보위부로 이송됐다.

며칠 뒤 이씨의 감방에는 납치 주범 중 한 명인 김철이 다른 문제로 잡혀 들어왔다. 김철은 김 목사 사건을 묻는 이씨에게 "김동식 납치는 공작원 지용수가 함북도 보위부 반탐(보안)처장의 결론(결재)을 받아 시행한 것"이라고 내막을 털어놨다. 김철은 그해 9월 여성 2명을 인신매매했다는 죄명을 덮어쓰고 총살당했다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 지광철.박근춘과 조선족 공범들은 1월 16일 옌지(延吉)시내 예림 불고기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던 김 목사를 승합차에 태워 룽징(龍井)시 전업국(전기공사 담당) 사무실에 일단 감금했다. 이들은 오후 8시쯤 싼허(三合)진 승적촌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회령시 인계리 유정지역에서 현지로 직접 나온 도 보위부 반탐처장에게 김 목사를 넘겼다.

함북 요덕수용소에 갇혀 있던 이씨는 수용소에서 만난 보위부 간부에게서 김 목사가 철도성 초대소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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