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지원 NGO 수십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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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의 탈북자 감시망이 부쩍 강화된 가운데 11일 탈북자 두명이 베이징(北京)주재 캐나다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함으로써 재중 해외공관이 새 망명루트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지난 3월 탈북자 25명이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갔다 한국행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올 들어 일곱건의 공관 진입 시도가 이뤄졌고, 이중 한건만 실패했다.

탈북자의 동시다발적 공관 진입 시도는 국내외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특히 NGO의 국제연대는 눈에 띄게 강화됐다.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에 관여한 NGO 관계자는 10여개국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장길수군 친척 다섯명의 일본총영사관 진입 때도 한·일 양국의 NGO가 발을 깊숙이 들여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다섯명의 진입 문제는 일본 쪽에도 상당한 정보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NGO들은 국제연대를 통해 자금지원·홍보·사전답사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일본 쪽 NGO는 자금줄로 알려져 있다. 정보소식통은 "탈북자를 돕는 NGO는 수십여개에 이른다"고 말한다.

NGO들이 이벤트성 망명을 꾀하는 것은 탈북자 문제를 국제 인권문제로 부각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기획망명→국제공론화→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난민지위 부여 수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탈북자들이 미국·일본·스페인·독일·캐나다 등 주로 서방 선진 7개국(G7)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인권문제에 관심이 높은 국가를 골라 탈북자의 신변안전을 도모하면서 이를 국제적 이슈로 삼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실제 이들이 짠 기획망명은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선 논란도 없지 않다. 북한과 특수관계인데다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는 입장임을 알고도 기획망명을 꾀해 나머지 탈북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도 제기된다. 중국과 북한의 인권을 도마에 올려 두 국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잇따른 주중 해외공관 진입은 여러 효과와 파장을 낳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맹국이자 2008년 여름 올림픽 유치국인 중국한테는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여론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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