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쪽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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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1면

이번 주 데스크 쪽지는 그간 서평 지면의 장르 편식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詩)장르야 문학의 핵심이고, 출판의 주요 영역이 분명한데도, 그동안 우리는 국내외 시집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습니다. 헤아려보니 시집을 지면 맨 앞자리에 앉힌 것은 2000년 말 '행복한 책읽기'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책의 메시지 전달에 치우쳐 서정시의 울림에 대한 배려에는 소홀했던 것이죠.

1년6개월 만에 프런트 면에 올린 대시인 김춘수 선생의 자선(自選) 사화집은 따라서 장르 편식의 균형을 위해 요긴하면서도 그 이상의 의미를 함축합니다. 신체시 이후 1백년을 되짚어보기 위한 최적의 텍스트가 이 책입니다. 우리네 근현대사의 삶 속에 배인 절창(絶唱)의 가락과 노래를 환기시켜주는 귀한 경험을 안겨줄 책이 분명합니다.

새삼스럽지만 서평 지면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책이라는 미디어의 공간을 빌려 삶을 성찰하는 신문 안의 신문이 '행복한 책읽기'인데, 이번 주 지면이 유독 다양합니다. 분야가 그렇고 정보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기술(IT)혁명을 균형있게 다룬 『불독과 립스틱』, 유전자 공학의 허실에 대한 성찰인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 고구려 신화를 복원한 『고구려 건국사』, 한 일본 지식인의 녹색 삶을 다룬 『여기에 사는 즐거움』, 현재진행형 러시아에 대한 긴급 리포트 『푸틴과 현대 러시아』 등을 고르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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