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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우 끌어들인 스타 송강호의 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말 그대로 깜짝 놀랐다고 했다. 10월 개봉 예정인 신작 'YMCA 야구단'에서 일본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겪었던 일이다. 한국 스타 배우의 힘이 그토록 클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YMCA 야구단'은 한국 최초의 야구단을 그릴 신개념 코미디 영화. 1905년 구성된 황성기독교청년회 베이스볼단을 소재로 일제 강점 직전의 한국 근대사를 재연할 계획이다. 풍전등화 같은 나라 상황에서 조선 백성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었던 야구단이다.

명필름에선 작품의 역사적 리얼리티를 높이려고 일본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당시 조선에 들어왔던 일본군과 일본인 야구단을 연기할 일본인이 필요했던 것. 한국 배우를 쓸 수는 있으나 향후 일본 수출도 고려하고, 또 일본어 발음 등 영화의 사실성 제고를 위해 일본 배우 물색에 나섰다.

그런데 과정은 의외로 수월했다. 항일운동의 색채가 녹아있는 영화에서 일본인은 아무래도 적대적으로 그려질 게 분명한데, 일본 배우 이브 마사토(일본통감부 2인자역)와 스즈키 가즈마(일본군 장교 및 일본군 야구단 주장역)가 선뜻 제의에 응한 것이다.

이브 마사토는 '태양의 제국''간장선생'등에 출연한 일본의 준(準)국민배우며, 스즈키 가즈마는 패션모델을 거쳐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청춘스타다.

이들이 'YMCA 야구단'에 동참한 가장 큰 이유는 주연 배우 송강호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히트한 '쉬리''반칙왕''JSA'에 출연한 송강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 특히 스즈키는 제작진과의 회식에서 "송강호가 택한 작품에 합류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식의 수사이긴 하나 한국의 스타파워가 그만큼 강력해진 증거다.

한국영화의 국제화가 거론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배우 얼굴 하나로 한국영화를 외국에 알릴 단계까진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송강호 사건'은 반갑다. 한때 우리가 청룽(成龍)과 저우룬파(周潤發) 이름 하나만 보고 홍콩영화를 관람했듯 제2, 제3의 송강호 같은 배우가 나오길 희망한다. 영화는 어차피 사람으로 장사하는 업종이기에…. 오죽하면 리샤오룽(小龍)을 디지털로 부활시켜 한국배우로 만들려는 당찬 시도마저 있지 않은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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