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수 공동연구 결과 개별 논문 쓰면 표절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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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지도교수가 함께 연구한 결과를 교수는 논문으로,대학원생은 학위논문으로 썼다면 표절이라 할 수 있을까. 공동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에 따라 요즘 학계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 3월 감사원이 지도교수가 학생이 연구한 것을 표절했다며 연구비를 회수할 것을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김성재)에 요청하면서 촉발됐다.물론 이 경우는 지도교수 스스로 표절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논란을 부르진 않았다. 그러나 공동연구에서 교수와 학생의 역할이 명백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결과를 각자 이용할 때 과연 표절 여부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미 이런 논란은 1995년께 강원도 한 대학의 교수가 지도학생과 공동연구한 결과를 논문으로 제출했고, 이를 표절로 규정하려 하자 그 대학의 교수들이 공동으로 반대 서명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재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공동연구결과를 각각 이용했을 때 과연 이를 표절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인문학의 경우 공동연구를 했다하더라도 논문의 내용이 다를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통계처리 방식으로 연구한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은 해석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이 유사할 경우 대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도교수 논문이 지도받은 학생의 논문 내용과 유사한 경우도 문제다. 지도교수의 아이디어와 방법론으로 제자가 논문을 작성했을 경우, 이를 지도교수가 활용했다면 표절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년전 국립대 법대의 한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해 '제자의 논문을 써주다시피했던 것'이라 해명한 바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교수는 "제목과 그 구체적인 내용전개가 명백히 동일한 경우 표절로 봐야 한다"면서도 "공동연구의 경우에 대해선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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