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MC 지석진의 특별한 송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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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연예인들은 어떤 송년 모임을 준비하고 있을까.

술 한 방울 없이도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남자, MC 지석진에게 물었다.

"제 주변엔 술 안 먹는 연예인 친구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끼리 음악회를 하려고 했거든요. 계획대로였다면…."

계획은 이랬다. 평소 둘 이상만 모이면 술집보다 PC방을 선호하던 그들은 보다 건설적인 미래를 위해 함께 영어회화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그러나 작심삼일. 이번엔 노후를 위해 재테크를 공부하기로 했다. 다음날 생각해보니 돈 몇 푼에 우정에 금 갈까 두려워 또 접었다.

"그래서 악기를 배우기로 했죠. 음악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목도 도모하고. 장르는 '소프트 록'인데 앨범 냈던 제가 당연히 리드보컬, 김용만이 기타, 김수용이 드럼, 김경민은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쳐주는 심벌즈, 그리고 음치이자 박치인 표영호가 매니저를 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이라면 이제 공연 날짜만 잡고, 포스터 찍고, 표 판매만 초읽기에 들어간 듯 한데….

"공연요? 연습은 고사하고 아직 밴드 이름도 못 정했는데요? 밴드는 이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이름 따라간다고 과거 그의 밴드시절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팀 이름이 중요한 듯했다. 한창 그룹사운드가 대중음악의 주류였던 1980년대. 까까머리 고등학생 지석진도 친구 네 명과 함께 밴드를 결성했다.

"그중 외국에 살던 친구가 '퍼플 헤이즈'라고 지었어요. 뭔지도 모르고 있어 보이기에 좋아라 했는데 알고 보니 '보랏빛 아지랑이'라고. 그렇게 이름처럼 가물가물 지나고 졸업 후 대학가요제를 위해 새로운 팀을 또 모았죠. 이번 이름은 '발장난'. 타이틀 곡은 당시 사회를 풍자한 내용 '복부인'이었어요. 첨 들어봤죠?"

내용인즉, 그중 한 친구가 몰래 솔로로 신청해 혼자 시험을 봤단다. 결과는 물론 예선 탈락. 결국 이름처럼 장난스럽게 끝나버린 그의 밴드 역사. 이렇게 남모를 한이 깊었던 그이기에 이번만큼은 멋진 이름으로 좋은 친구들과 평생 음악에 취해 살고 싶다는데…. 그와 어울리는 밴드 이름, 어디 없소?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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