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홍루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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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였을 당시 화제가 된 것 중의 하나는 북한의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공연이었다. 저녁 7시반에 시작하여 밤 10시경에 끝났으니 무려 두시간반의 대공연이었고, 베이징에서 보았던 그 어느 북한 공연보다도 규모가 컸고, 무대 설비도 섬세하였다.

'홍루몽이라면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왜 이렇게 많이 왔을까'라고 궁금하여 마침 공연을 관람한 북경외국어대학에서 드라마를 가르치는 张秐 교수께 물었다. (장교수는 북경외대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드라마를 공부한 흥미로운 배경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용을 몰라서 온게 아니지. 홍무몽은 매우 중국적인 작품인데 그것을 과연 외국인이 얼마나 소화했을까 궁금했다"라고 그는 관람 동기를 밝혔다.

한국에서도 이번 홍루몽 공연은 화제가 되었다. 특히 원작과 달리 주인공의 나이를 20대로 설정한 점, 그 주인공을 극도로 미화한 점, 그리고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중국관영 TV와 인터뷰를 하면서 '본인의 할아버지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자신이 대를 이어 같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이 공연 안에 김국방위원장의 후계자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지 않느냐는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인민일보 산하의 주간지 环球人物가 5월16일자 평양발 특집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홍무몽을 비롯한 연극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실은 특집기사를 실어, 이런 분석의 힘을 더욱 실어 주었다.

하지만 중국인인 장윤교수는 이런 분석을 일축했다. 이 공연의 총연출을 맡은 채명석 선생 (사진)은 공연히 끝난후 이 작품을 만든 동기에 대해서 묻자 "조중우호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관심이 모아졌던 또 하나는 김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과 이 공연을 함께 보려한 원래 스케줄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배경이 무엇일까하는 점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중국의 한 학자는 "정상급 회담의 일정은 사전에 조율되는 것이어서 갑작스럽게 취소 될리 없다"고 한국 언론보도와 시각차를 보였다.

써니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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