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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의 생생토크’ 시리즈를 마치며

중앙일보

입력

“유학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거에요. 학생들이 스스로 유학을 ‘대단한 것’이라는 틀 속에 가둘 뿐이죠.” 해외 유학생들은 당당했다. 남들보다 앞서간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었다. 낯선 타지에서 왜 이곳에 있는지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반문했던 시간들만큼 자신들의 결정에 뚜렷한 근거와 강한 확신이 있었다. 졸업뒤 진로나 삶의 목표를 말할 땐 국내파 학생들과는 분명히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해외경험이 없거나, 경제적 비용이 부족한 것이 유학을 막는 요인은 되지 못했다. ‘한국
을 벗어나 세계 속에서 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든 해외에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했다. 이영은씨는 부산 출신(부일외고 졸)으로, 미국의 UIUC 대학에 합격하기 전엔 해외에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지방이라 학습정보가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혼자 SAT와 각종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유학길에 올랐다. 인도와 중국·프랑스 유학생들은 대부분 부모의 경제적 지원도 받지 않았다. 배지윤 씨는 일본 와세다대학을 6개월 동안 다녀오면서 등록금과 항공권을 포함한 생활비 전부를 대학 측에서 지급받았다. 그는 정보 부족으로 다양한 장학재단을 활용하지 못하고 지레 겁먹어 유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유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사각지대도 있었다. 취업이다. 수년간 엄청난 금액의 등록금을 내는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던 외국은 정작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현지에서 취업을 시도할 때는 냉담하게 외면했다. 영어권 국가와 비영어권 국가를 막론하고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으면 취업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와 수많은 국내 경쟁자를 물리치고 취직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선진국형 삶의 질을 원하는 그들과 아직은 빡빡한 일터로 불리는 한국의 직업환경도 맞지 않았다. 유학생들이 동료들 중에 가장 부러워한 진로는 전문대학원 등에 다시 진학해 세계에서 통하는 국제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결국 시간과 돈을 그만큼 더 쏟아야 했다.

 생각보다 해외유학은 가까이에 있었다. 하지만 좁은 한국을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갖는 대신 다시 더 투자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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