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기유학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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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을 앞둔 이맘때면 조기유학을 고심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들에게 생생한 조기유학 현장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 올니(Olney)시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송혜경(45·여)씨 가정을 방문했다. 송씨는 여수경(17)·동현(15)·지현(9) 삼남매와 올초 이 곳으로 조기유학을 왔다. 남매는 인근 셔우드 (Sherwood) 공립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업에 진전 없으면 교과교사에게 조언 구해

 “상담교사(카운셀러)와 자주 만나야 해요.”송씨는 “학생은 학교생활에 대해, 부모는 가정의 교육환경에 대해 상담교사와 많은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학교조기 적응과 상급학교 진학을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상담교사는 학생의 부적응이나 부모의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존재로 여겨진다. 즉 상담교사를 만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에선 상담전담 교사가 있어 입학부터 졸업까지 한 학생의 모든 학교생활을 관리한다. “친구처럼 상담교사와 얘기하는 거에요. 어떤 과목의 성적이 올랐는지, 무슨 숙제가 어려웠는지,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등….” 그래야 상담교사가 학생에게 자세히 조언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학업에 진전이 없으면 학생을 대신해 교과교사에게 조언을 구해주기도 한다.

 상담교사는 추천서로 학생의 상급학교 진학에도 도움을 준다. 상담교사가 장기간 관찰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특기적성과 잠재력을 분석해 제시하는 것이다. 송씨는 “같은 추천서라도 학생을 잘 이해하고 쓴 내용과 모르고 쓴 내용은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모도 상담교사와 친밀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업·시험 방식, 학업규칙 등 자녀 지도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자녀에 대해 서로 점검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죠.”
 
팀워크·리더십·봉사정신 키우는 노력해야

 “일정 기준의 학업성적을 획득하면, 이후부턴 팀워크·리더십·봉사정신을 길러야 해요. 그게 학업능력을 높이는 방법이고 좋은 평가를 받는 수업태도입니다.” 9학년에 재학중인 수경(17)·동현(15) 남매의 조언이다. 수경양은 “미국은 절대평가여서 개인별 수준에 맞는 시험을 치르며 재시험 기회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학교로 옮길 때 한국 학교에서 받은 성적도 심사 대상”이라며 “성적이 너무 낮으면 저학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현군은 “수업 수를 줄이고 영어 사용이 적은 과목부터 들으며 수업 적응력을 높여가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업성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인성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학교는 그 중 팀워크·리더십·봉사정신을 많이 강조한다. 팀워크는 수업으로 기를 수 있다. 프로젝트식 협동수행 과제를 주기 때문에 짝을 구해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평소 교우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리더십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갖출 수 있다. 수경양은 “간부직을 맡기까지 경쟁과 시간이 걸리면 동아리를 직접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수업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친화력·의사소통능력을 기르는데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오후 2시면 학교수업이 끝나는데다 지·덕·체를 고루 갖춰야 해, 방과후 활동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라도 3년 이상 꾸준히 집중해 자아계발의 성실성을 인정받는 것이 좋다는 교사의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방과후활동이 공립학교의 경우 무료로 선택제인 반면, 일부 사립학교는 유료 의무제다. 송씨는 “부모가 학교에서 동아리 장소로 데려다 줘야 해 대중교통발달 여부도 학교·지역 선택을 할 때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셔우드 (Sherwood) 공립학교에 조기 유학 중인 여동현·수경·지현 (왼쪽부터) 삼남매가 책상에 모여 서로 숙제를 봐주고 있다.

<메릴랜드=박정식 기자tangopark@joongang.co.k 사진="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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