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 육성테이프-"청와대서 반년만 美있다 와라 권노갑 씨,내가 보호막 돼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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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98년 여름부터 내사가 시작됐습니다.

마이클 잭슨 공연 불발로 나를 구속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던 사람이 바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이강래와 국정원장 이종찬이었습니다. 당시 법무비서관이었던 박주선씨를 통하지 않고 바로 김세옥 경찰청장을 불러 노란 봉투를 주면서 "이 안에 내(이강래)가 국정원 기획실장으로 있으면서 가지고 있던 최규선에 관한 자료가 들어 있는데, 골인시켜라. 이 정권의 골칫덩어리에게 맛 좀 보여줘라"고 했다고 합니다.

나로 인해 마이클 잭슨을 알게 된 수많은 사람이 경찰청 수사과로 불려갔습니다. 이들을 윽박질러 마이클 잭슨 공연이 사기였다고 엮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98년 9월 9일 영장이 발부된 걸 계기로 박주선씨가 제 사건을 알고 발끈해 자기에게 보고도 없이 시작했다는 것뿐 아니라 그 안의 내용이 저를 엮어 넣기 위해 그랬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그때 박주선씨와는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양반이 최성규씨를 불러 누가 이걸 지시했느냐고 묻고 이강래·이종찬이 그랬다고 하자 "구속영장 안된다. 보류하라"고 해 검찰에서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으로 조사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 다음해 6월 25일 마이클 잭슨이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하게 돼 무혐의로 처리된 후로 저는 피해 망상증에 걸렸습니다. 아, 이 정권은 나를 죽이려고 한다 !

9월 10일 영장이 기각된 날 이재만 수행비서가 나를 평창동 청와대 경호원 아파트로 불렀습니다.

"미국에 6개월만 가 있어라.대통령께서도 당신 구속을 바라지 않았다."

비서는 "권노갑 고문도 나갔으니 미국에 가서 만나 보라"면서 "대통령께서는 '경찰에 구속되면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최규선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외국 좀 나가 있으라고 해라'는 말을 차 안에서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99년 9월 추석 직전에 미국에 나갔습니다.

그 후에 權고문을 일본에서 만납니다. 權고문은 반갑게 맞아줬습니다.정권인수위원회에 있을 때 병 보석으로 입원해 있던 權고문에게 인사를 간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오쿠라 호텔에서 샤브샤브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權고문은 "한국에 들어가면 내가 자네의 보호막이 돼주겠네.내 우산 속에 있으소. 그럼 자네는 안심이네"라고 했습니다(이후 그는 權씨의 비서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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