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은 4~6시간에 한 번씩 보는 게 정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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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지난 일주일도 월드컵 열기로 나라 전체가 뜨거웠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광장에 모여 응원을 했다. 그런데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축구가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가야 좋은 자리를 잡는다. 좋은 자리를 지키려면 그곳을 뜨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장시간 이동을 안 하다 보면 가장 혹사당하는 신체 기관은 방광이다. 미리 패드를 착용하고 가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아무 준비 없이 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변을 보지 않고 오랫동안 참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방광에 저장됐다가 하루 5~6회에 걸쳐 몸 밖으로 배출된다.

성인 남자의 방광은 평균 600mL, 최대 800mL의 소변을 모아둘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조금 용량이 작다. 방광의 소변량이 100~150mL(종이컵 1개 정도 분량)가 되면 슬슬 소변이 보고 싶어지고, 300~400mL가량의 소변이 모이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1시간에 50~100mL 정도 방광에 소변이 차게 되므로 늦어도 4~6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소변이 급한데도 참게 되면 소변 속의 세균이 번식해 방광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물에 고인 물이 썩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방광 내 압력이 높아져서 소변이 신장에서 요관을 타고 방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신장에 소변이 고여 신장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방광의 소변이 차올라 신장으로 역류할 수 있다. 방광에서 번식한 세균이 신장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소변을 참으려다 보면 혈압이 올라갈 수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이 소변을 오래 참으면 소변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급성요폐에 걸려 응급실 신세를 질 수도 있다. 소변을 오래 참는 일이 일회성으로 끝나면 이 정도의 문제로 끝나겠지만 반복해서 소변을 오래 참게 되면 방광이 커지고 늘어나면서 방광의 짜주는 힘이 감소하게 된다. 방광은 탄력성이 좋은 풍선과 같아서 방광이 과도하게 팽창되면 방광 근육이 얇아져 수축력이 저하된다. 풍선을 크게 불었다가 바람을 빼면 원래의 탄력이 있는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쭈글쭈글하게 늘어진 모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상시 방광 두께는 1.5㎝ 정도지만 200~300mL의 소변이 차면 3㎜ 정도로 얇아지며 그 이상 차게 되면 방광은 종잇장처럼 얇아지게 된다. 그 결과 소변 보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방광을 비우기 위해 힘을 많이 주지만 소변을 보고 나도 방광에 소변이 많이 남게 된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게으른 방광 증후군’이다. 이는 깔끔한 여학생이 위생 상태가 안 좋은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소변을 참게 됨으로써 생기는데 이 경우 방광 용적이 최대 1L까지 커지면서 방광의 수축력이 감소해 소변 보기가 어려워지고 소변이 방광에서 신장으로 자주 역류하고 요로감염을 자주 유발하게 된다.

소변 횟수를 줄이기 위해 수분 섭취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신장에서 소변이 농축돼 요로결석 발생이 증가한다. 특히 더운 날, 땀을 많이 배출하는 응원을 하면서 수분 섭취량까지 줄인다면 요로결석은 더 잘 생긴다. 직업적으로도 운전기사·간호사·야외 노동자 등에게 요로결석이 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끝으로 장시간 소변을 참으면서 응원을 해야 한다면 술과 커피는 반드시 삼가야 한다. 술이나 커피를 마시면 소변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경희대 의대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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