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감시·문제점 지적 문화 기사 비판적 시각 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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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의 야심찬 탐사보도들이 눈에 띄는 한 주였다. '집중탐구 노무현'(4월 29일 10·11면, 30일 8·9면,5월 1일 10·11면)은 기획취재팀이 부산·김해 등에서 현지취재를 하고 각종 증언과 자료를 수집·분석해 쓴 기사로,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면면을 파악하게 해줬다. 과거 '독재자 영웅 만들기' 기사가 떠올라 부담스러웠지만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은 가치가 있음에 틀림없다. 객관적으로 보도하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역력했으나, 담을 내용이 너무 많아서인지 쓰다가 만 느낌이다. '노무현에 대한 관심은 그가 과거에 어떠했는가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고 5월 1일자 기사 말미에서 지적했는데,중앙일보의 후보 검증도 어쩌면 이 보도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인생 역정도 좋지만 국가 통치자로서의 자질이나 국가운영 구상 등에 관한 분석이 뒤따라야겠다.

'홍걸씨·최성규 前총경,LA서 만나 골프쳤다'(5월 1일 1·3면)는 사실이라면 대단한 특종이 될 텐데, 후속 보도(2일 1·3면, 3일 5면)를 보면 사실 여부가 불투명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첫 보도인 1일자 3면 해설기사의 리드, "김홍걸씨가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 함께 골프를 친 팔로스버디스 골프클럽은… 에 위치해 있다"와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행각/큰 일 논의 필요했나'라는 부속 기사의 내용은 성급한 단정적 보도가 아니었나 싶다. 진실 여부에 대한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문의 앞부분을 대부분 정치 관련 기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면의 '대중문화지도'가 돋보인다. 문화기사를 한 차원 끌어올린 연재물이란 생각이 든다. 일반인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화의 영역인 TV 프로그램과 만화 등의 과거와 현재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늘어난 지면을 연예인 동정과 프로그램 소개로 가득 채운 기존의 문화면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주의 '부활 꿈꾸는 시트콤'(4월 30일 13면)은 시트콤의 발전 과정과 현황은 잘 정리했지만 등장 인물의 성격이 비슷한 점이나 오후 7시 전후 방영되는 청춘 시트콤들의 지나친 성적 유머 등 문제점을 짚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행복한 책읽기'는 바쁜 생활인이 잠시나마 여유 있게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준다. 대화체로 쓰는 '데스크 쪽지'는 커버 스토리로 올린 책의 선정 과정 등을 알려줘 독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4일자 데스크 쪽지(41면)는 표현을 어렵게해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았다. '3백자 서평' '책꽂이' '엄마·아빠,이 책좀 읽어보세요'와 '어린이날 책 선물 어떻게'는 유용한 정보를 주었고, '아담을 기다리며'와 '어린이날 특별 메시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기자들이 쓰는 '문화노트'란 칼럼도 문화면을 빛나게 한다. '김을분 할머니를 내버려두자'(4월 29일), '정치뉴스에 밀려 어린이 시청자 피해'(30일), '국내시장 저작권 과열 경쟁'(5월 3일) 등은 지나쳐 버리기 쉬운 문화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칼럼을 제외한 다른 기사들은 문화를 너무 따뜻하게만 바라보려 하지 않았나 싶다. 비판적인 시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중문화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도 문화 기사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몫이다.나아가 관람문화를 뛰어넘어 일상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제시해준다면 독자들의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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